전북 진안 마이산
이갑룡 처사께서 마이산에 108기의 탑을 어떻게 쌓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의 직계 자손들 뿐만 아니라 이 처사와 동시대를 살았던 주변 사람들도 그러하다. 더욱이 탑을 쌓은 지가 백여 년이 채 안되기 때문에 생전에 그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탑 조성에 대해서는 직접 목격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는 1860년에 태어나 20세기 중반인 1957년까지 살았다 하니 가장 최근의 전설적 인물이 아닌가 싶다.
유년 시절 마이산에서 가까운 풍혈냉천이란 곳에서 전씨 성을 가진 어른과 십여 년을 함께 지낸 적이 있었다. 어른께서는 종종 이갑룡 처사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해 주셨는데 그 어른의 증언으로는 처사께서 새벽에만 탑을 쌓아 그가 탑을 어떻게 쌓았는지 볼 수도, 알 수도 없었다고 한다. 마령에서 살았던 어른께서는 젊은 시절 이갑룡 처사와 직접 교류가 있었다 하니 그 증언이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큰 자갈을 콘크리트로 버무려 놓은듯한 역암층이 주를 이루는 마이산 암릉은 주봉인 두 마이봉에서 광대봉과 마령면 강정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의 독특한 생김새며 특이한 지질 등 그리고 태풍이 와도 넘어지지 않는 탑사의 탑군들까지, 마이산은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며 오묘하고 신비로움이 가득한 산임에 틀림없다.
이곳에서 십 대의 대부분을 보낸 나에게 마이산은 지리산과 함께 내 기억 속에 옹이처럼 남아있는 산이다.
천왕봉이 지척으로 보이는 지리산 자락 아래 산내면 백일리가 고향이었던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6.25 전쟁, 그리고 빨치산까지 온갖 풍파 세월을 겪으며 살아오셨다. 지긋지긋한 고향을 벗어나 무주로 시집을 왔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모진 삶은 이어졌고, 진안으로 삼례로 해마다 이사를 수 차례 다니다가 내 나이 열두 살 되던 해에 다시 진안으로 돌아와 말년이 되고 만 당신 인생을 이곳에서 보내게 되었었다.
마이산은 어린 시절의 내 눈에도 특이한 산이었으며 말할 수 없는 기운에 압도당하는 산이었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동촌에서 탑사까지 오르는 굽이진 길을 걸을 때면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환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내가 살던 마을의 뒷산에는 대두산이란 나지막한 산이 있는데, 그곳에 오르면 마이산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종종 대두산에 올라 기묘스럽게 보이던 마이산을 한참이나 보고 있기도 했었고, 마이산에 올라서서는 내가 오르던 마을 뒷산 대두산을 찾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이러한 유년의 기억들은 나이 들 수 록 내게 각별하다. 그리고 더욱더 그리워지는 대상이기도 하다.
마이산은 산을 둘러싼 주변의 풍경 또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들과 견주어도 산세만 작을 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십여 리 벚꽃길과 어우러진 봄이며 녹음 우거진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는 암릉이 아름다운 여름, 형형색색 단풍과 상고대와 설경이 어우러지는 가을 겨울의 풍경 역시 그 아름답기를 비교 할바가 아닐 정도로 빼어나다.
은수사 앞마당의 수령 6백여 년이 넘었다는 청실배나무와 탑사 약수터 위를 감싸고 있는 줄 사철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인데 마이산을 여행하며 빼뜨리지 말아야 할 소소한 볼거리들이다. 또한 마이산 절벽을 타고 30여 미터나 자라 오른 능소화는 크기도 최고지만 만 여송이의 꽃이 만개하면 주변 돌탑과 어우러져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해 낸다.
한동안 휴식년제로 출입 통제하였던 암마이봉이 몇 해 전 개방됨으로써 이제는 다시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으니 광활하게 펼쳐지는 진안고원의 구릉과 산너울도 암마이봉에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절경이다.
평생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을 추천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마이산을 권한다. 그마만큼 마이산은 특이하고 신비롭고 아름답다. 직접 봐야만 그 감흥을 느낄 수 있으니 한 번쯤 휑하니 다녀오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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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http://maisan.jinan.go.kr/)은 전북 내륙의 고원지대인 진안에 있다. 주변에 운장산 등 천여 미터가 넘는 산들이 있지만 진안고원 중심부에 두 봉우리가 우뚝 서 있는 마이산의 모습은 다른 산들의 기세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먹거리로는 조선시대 조정에 진상하였다는 애저탕과 터미널 옆 피순대를 파는 제일식당도 괜찮다. 인삼의 고장답게 홍삼스파가 유명하며 주변으로는 바위틈에서 사시사철 찬바람이 나오는 풍혈냉천과 운장산, 구봉산, 운일암반일암 그리고 용담댐이 진안의 주요 관광지로서 마이산과 연계해서 둘러볼 만한 코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