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 - 밀리언 달러 베이비 (3)

레몬 파이로 본 장인정신, 그리고 품위의 태도

by 준헌

영화 속 프랭키는 레몬 파이를 유난히 좋아한다.

평범한 레몬 파이가 아니라,

진짜 레몬으로 만든, 일회용이 아닌, 제대로 된 파이.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 풀어주는 장면이지만,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던 장면이다.

프랭키에서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중요한 가치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제대로 만든다’는 것이 드물다


된장, 고추장, 김치, 그리고 영화 속 파이까지.

대부분의 음식이 이제는 공장에서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된다.

겉모양은 그럴듯해도, 정성은 없다.


현대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집 밥보다는 외식이 잦고,

사 먹으며 재료의 정성에 대해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적당히 맛있고, 위생적이기만 하면 된다.

음식의 재료조차 단가 이슈로 국산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가끔 어떤 식당에서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을 먹을 때,

고춧가루 원산지가 국산일 때,

단순한 밑반찬인 김치조차 직접 담근 김치를 제공할 때는

단순히 혀에 느껴지는 맛에 관계없이, 만든 사람의 고집과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재료를 선별하고, 정성을 들였다는 것.

단순한 맛이 아닌, 마음을 알아보는 감각이다.


레몬 파이가 별 건 아닐 수 있다.

통조림 레몬이든, 생 레몬이든 레몬의 맛만 느껴지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진짜 레몬'을 고집해 파이를 만든다면,

음식에 더한 '주방장 본인의 철학'이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어쩌면 프랭키가 레몬 파이를 좋아했던 건

단순히 맛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점점 사라져 가는 ‘제대로 만든 무언가’에 대한 애착이었을지 모른다.


정성스럽게 만든 것을 고집하는 그의 태도이며, 유일한 취향의 표현이자,

그의 인생철학이 드러내는 메타포였다.


[방망이 깎던 노인을 떠올리다]

이 장면을 보며 명문 '방망이 깎던 노인'이 떠올랐다.

수필 속 노인은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정성으로 방망이를 깎는다.

작가는 그를 고집불통의 늙은이라 여겼지만, 그 작업의 가치와 장인정신의 거룩함을 깨닫고,

사라져 가는 정성과 장인정신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장인의 태도, 그건 결국 인간의 품위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은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편한 걸 찾는다.

하지만 프랭키는,

그런 흐름 속에서도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자기만의 기준을 고수한다.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릴 줄 알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한,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자,

그가 지켜내고 싶은 ‘품위’의 방식이다


[‘제대로 만든 것’은,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요즘은 무언가를 제대로 한다는 게 손해처럼 느껴진다.

빨리 만들고, 가볍게 쓰고, 쉽게 잊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그럴수록, 나는 이런 태도를 기억하고 싶다.

정성, 고집, 느린 감정, 묵묵한 기다림.

그것들이 사라지면, 우리가 지키던 어떤 품위도 함께 사라질지 모른다.


[내가 택한 한 걸음의 방식]

그래서 나도 다짐하게 된다.

미련해 보일지라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자세를 잃지 말자고.

맡은 일을 허투루 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담는 ‘장인’의 태도를 지켜나가야겠다고.


결국 삶은 속도보다 방향이고,

결과보다 태도라는 걸.

진부해 보이는 표현조차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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