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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준환 Mar 30. 2024

정의롭게 살아야 하는 이유

영화 <서울의 봄>

일개 장군이 국가 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나라의 법 시스템을 따르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그 당시 전두광을 추종 또는 동조했던 세력들은 모두 이것을 알고 있었다. 전두광이 잘못된(군법을 따르지 않는 것)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왜 전두광에 동조했던 세력은 그를 믿고 따랐는가. 그 이유는 아마 그가 시스템을 바꿀 능력을 갖추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극히 나의 생각일 뿐이지만, 세상은 옳은 것, 그른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도덕적이나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일들을 방관한다거나 무시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전두광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안 있나,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를 바란다니까.’ 영화를 보고 나서 상당히 공감되는 말이었다. 이 말에 의하면, 선이 악에게 먹히든 말든 이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속담 중에 '사필귀정', 즉 모든 일은 결국에는 반드시 올바르게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올바르다는 기준은 도덕적, 혹은 윤리적 기준을 말하는 것이다. 악한 사람이 잘 살고 선한 사람은 못 사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악한 사람은 벌을 받고 선한 사람은 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 것 같다. 반이 틀린 이유는 세상 올바른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강한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고, 반이 맞는 이유는 대체적으로 올바른 쪽이 강한 쪽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쪽이 강한 쪽이 되는 이유는 옳은 일에는 그럴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명분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개인의 힘이나 능력 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올바른 일은 당연히 좋은 것이고,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순간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가끔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그 누가 정의, 도덕 때문에 행동을 주저하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정의나 도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우리의 사회를 정상 작동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정의롭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고, 그 신념을 지키고 실행하고 싶다면, 힘을 길러야 한다.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 신념을 지킬 수 있는 무언가. 그것을 가져야 한다.


내가 나의 신념 지키고 살고 싶다면 그것을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 내 신념 지키려 힘을 잃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객기가 될 뿐이다. 우리가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해야 할 순간에 나의 신념이 객기가 되지 않으려면, 정의가 필요 없을 정도의 힘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항상 정의로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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