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에 공중전화 박스가 있는 줄 몰랐다.
수도 없이 스치던 풍경 이었는데 전혀 몰랐다.
문득 스치던 중 문득 알아차린 공중전화 박스는 따뜻했다.
소나무 아래 햇살을 허락된 만큼만, 그 만큼만 품었다.
더 바라지도 않는다.
무수히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더 바라지도 않는다.
저 같은 삶이면 좋겠다.
허락된 만큼만 품고, 지나치는 것들을 지나보내는.
더 바라지도 않으면서도, 따뜻해보일 수 있는.
그렇게 온연히 서 있다보면
누군가는 비를 피하겠지.
잠시 품었다 또 지나치더라도
더 바라지 않고 따스함만 묻혀 보내고 싶다.
그렇게 온연히 서 있다보면
누군가는 또 비를 피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