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베트남 호치민 시내의 교통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셀 수 없이 많은 오토바이들이 있고 차선도 잘 지키지 않으며 심지어 역주행도 많다.
잠시잠깐 한눈을 팔아도 깜짝깜짝 놀라거나 부딪히기 일쑤다.
다행히 다들 빨리 달리는건 아니라 큰 사고는 별로 없다.
요즘은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게 반갑다.
초록 불 에서 깜빡이며 빨간 불로 바뀌기 직전, 일부러 더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지나가려고 더 빠르게 달렸는데.
빨간 불, 잠시 멈춤 으로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눈 처럼 흩날리는 나뭇잎들 그 사이 조금씩 변하는 햇살의 방향 같은 느린 풍경.
과일 노점 아주머니가 선심쓰듯 과일 하나를 더 집어 넣어주는 순간.
흐르는 구름과 도시 전경이 예술 작품 처럼 들어맞는 찰나.
사람들의 표정이나 걸음걸이, 거리의 강아지나 고양이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즐겁다.
잠시 멈춰서 이런 풍경, 순간, 찰나 들을 포착하는 행위란 꽤 근사하다고 느낀다.
주변을 살피고,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못보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았다.
이렇게 근사한 즐거움 들이 우리 곁엔 생각보다 많다.
무언가에 떠밀리듯 늘 바쁜 우리지만,
빨간 불이 뜰 때에는 느긋하게 멈춰서보는건 어떨까. 지나치던 세상을 발견해보는건 어떨까.
적어도 오늘 하루 만큼은, 적어도 어제보다는 조금 더 근사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