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좋은 날.
햇빛은 뜨거웠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날.
습관처럼 들었던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본다.
따가운 햇빛을 싱그럽게 받아내는 나무 한그루.
나무를 이렇게 자세히 본 게 얼마만인가.
나무껍질의 모양, 결, 나뭇잎의 모양, 흔들림. 문득 낯선 기분이 든다.
어릴 적엔 나무를 타기도 하고, 나무 아래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하며 놀기도 하고,
나무 그늘에 친구들과 모여 조잘대거나, 모래놀이를 하거나.
참 가까웠던 것 같은데, 우리는.
언제 이렇게 멀리 왔을까.
아니, 아직 그렇게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휴대폰은 가방 깊숙이 넣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