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한다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내게 부족한 분야라도 꾸준히만 한다면 어느정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TV 나 여러 강연들만 보아도, 여러 분야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노하우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꾸준히 했다는 사실에서 귀결된다.
물론 우주가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것을 공평하게 주지는 않아, 사람마다 조금 특출난 부분이나 타고난 것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꾸준히 하지 않으면 그 빛을 발할 수 없다.
훈련도 많이 하지 않고 세계 최정상의 위치에 있는, 타고난 천재라는 축구선수 메시 역시 매주 한두경기씩 꾸준히 경기를 뛰고 있지 않은가.
나 역시 꾸준히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주변 지인들만 보아도 꾸준히 한 분야의 일만 한 지인들은 그만큼 능력치를 인정받아 연봉이라는 눈에 보이는 수치로 대접을 받는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 지인은 누구나 부러워 할 몸매를 가졌고,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지인은 어느 작가 부럽지 않은 글솜씨를 가졌다.
반면 난 여지껏 꾸준히 한 것이 별로 없다. 항상 새로운 것들을 좋아하고 새로운 경험을 탐하는 나의 성향이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 당연하게도 특출나게 능력이 드러나는 일 따위도 없다.
와중에 꾸준히 하는 것이 딱 한가지 있는데, 바로 FM 이라는 게임이다. 10년이 넘게 매년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축구감독 게임이다. 난 08 부터 시작했던걸로 기억하니, 무려 13년이나 해오고 있는 셈이다. 이걸 어떻게 이렇게 오래 해오고 있나 생각해보니, 13년을 매일 하진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그만했다가, 나중에 또 다시 시작했다. 그만하고 시작하기를 반복해서 13년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이다.
아, 책 읽는 것도 나름대로 꾸준히 하고 있는데, 글도 읽을 줄 모를 때 그림책부터 시작했으니 평생을 꾸준히 책을 읽고 있는거다. 책 읽는 것 또한 꾸준히 할 수 있었던건, 매일 읽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읽다가 덮어두었다가, 다시 펴서 읽기가 비법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에게 꾸준히 하는 방법은 그만두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든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방법 일지도 모르겠다.
꾸준히 한다는게 반드시 매일 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잠시 놓았다가 해도 되지 않을까.
매일 하는 것 보다야 성장은 더디겠지만, 하지 않는 것 보다야 낫지 않을까.
이제서야 알게 된 맞춤형 깨달음 덕에, 이제부터라도 뭐든 꾸준히 해보려 한다.
느리지만 꾸준히, 뚜벅뚜벅.
혹시나 당신이 난 왜 이렇게 꾸준히 뭘 하지 못할까, 잘 하는게 하나도 없을까 자책하고 있다면, 일단 그만둬 보자.
그만두고 다시 시작할 에너지가 생겼을 때 다시 하면 된다.
모두가 같은 속도일 필요 없다. 당신의 방식대로 당신의 속도대로 꾸준히 하면 된다.
당신만의 맞춤형 깨달음을 만들어 가면서.
바쁘게 뛰는 세상 속 천천히 걸을 당신을, 난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며 응원하겠다.
뒤에도 누군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가라고. 뚜벅뚜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