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자주 나오는 장면이 있다.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주인공들이 힘들었던건 그 가정환경을 욕하고 멸시하는 시선보다, 동정하고 불쌍히 여기는 시선 이라고 하는.
예전에는 왜 그럴까에 대해서 생각해본적도 없고 이해하려고도 해보지 않았었다. 그저 주인공의 뻔한 스토리라고 생각했을 뿐.
신고은 작가님의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업' 에서는 이렇게 쓰여있다.
불쌍한 사람을 동정할때의 수혜자는 '동정 받는 사람'이 아니라 '동정 하는 나 자신' 이라고. 동정하는 마음이 사실은 타인의 불행을 기준 삼아 나의 행복을 확정하는 일이라고.
과연 그랬던걸까. 읽으면서 뭔가 뜨끔하기도 했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동정하면서 '그래도 내가 저 사람 보다 낫지' 하며 내 행복을 확정하는 일. 사실 나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잘못된 동정 이었다. TV속 주인공들의 마음이 단번에 이해가 갔다.
입장 바꿔 누군가 나를 향해 잘못된 동정을 하고 있다면, 난 정말로 불쌍해지는 느낌이다. 화도 난다.
난 나 스스로 잘 살고 있지만 누군가 나를 잘못된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 순간, 내 삶이 한없이 비참해지는 것만 같다.
나의 잘못된 동정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까. 감히 그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을까.
나의 행복을 확정하는 일은 내 삶에 꽤나 중요하지만 그게 누군가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다면, 당장 그만두자. 행복할 방법은 수도 없이 많으니.
함부로 동정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의 삶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의 삶을 나보다 못하다 단정짓지 않았으면 한다. 나보다 못한 삶은 없다. 각자에겐 각자의 삶이 있을 뿐이다.
함부로 동정 받고 싶지 않으니, 함부로 동정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