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 하고 해가 좋은 날 이었다.
사진 찍기 좋은 시간인 오후 5시쯤 해가 할 일을 마치고 넘어갈때 즈음. 난 사진이 가장 이쁘게 나오는 시간인 듯 해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다들 그리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넘어가는 해도 황금빛이니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온 몸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 앞에 예쁜 민들레가 피어 있다. 아스팔트 사이에 어렵사리 자리잡아 예쁘게 피어있는 민들레도 황금빛으로 물 들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거기에서 피어났을까. 힘들었을텐데. 그 작은 민들레가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너의 출처는 어디일까. 어디서부터 피어났고 어떻게 자라나서 어떻게 여기까지 날아왔으며 어떻게 힘들게도 다시 피어났을까. 또 그 전의, 그 전에는 어땠을까. 너의 행적을 쫓다보면 왠지 싱그러운 오후의 푸른들판 까지 다다르는 것 같다. 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와 너를 간질이면, 너는 날아와 내 코를 간질인다. 그러곤 또 바람따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거기서 또 피어나 다음 여행을 준비하겠지.
바람따라 어디든 날아가 피어나는 니가 대견스럽다. 들판이든 아스팔트든 가리지 않는 니가, 어디든 피어났다가 어디든 떠나는 니가. 참 멋있다.
내일이면 미련조차 남기지 않고 훅 떠나버릴까, 얼른 사진을 찍었다.
골든타임의 황금빛으로 물든 너를, 난 추억으로 남기겠다.
자유로운 동시에 단단한 너를, 난 기억하고 섬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