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와 관련된 모든 것
2018년, 국제도량형 총회는 국제단위계(SI)의 기본 단위를 새로 정의한다고 밝혔다. 국제도량형 총회는 미터 조약 체결 이후에 국제단위계(SI)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써, 통상적으로 매년 총회를 개최하여 도량형에 대해 회원국과 논의한다. 2018년 11월 13부터 개최된 제26회 총회에서 도량형의 정밀도를 향상하고 세밀한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변화를 발표했다. 내년 5월에 발효되는 이 변화는 일상생활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대부분의 단위를 '상수'로 정의하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단위 중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가 아래와 같이 7개가 있는데, 이 중 4개의 기준이 바뀌었다.
질량 단위인 1kg은 기존에 '원기'를 활용하여 정의되었다. 원기는 백급 90%와 이리듐 10%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손상과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파리에 위치한 국제도량형국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원기를 통한 kg 정의의 한계는 분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기의 질량이 미세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후에 1kg은 현재의 1kg과는 달라지게 되어 단위의 지속성이 사라진다. 그래서 새롭게 정의한 kg의 기준은 플랑크 상수를 이용하여 정의한다.
플랑크 상수는 양자역학의 기본 상수 중 하나로, 현재 h(플랑크 상수) = 6.62607015 x 10^-34 J s로 정의되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전류의 단위인 암페어는 기본 전하를 이용하여, 온도의 단위인 켈빈은 볼츠만 상수를 이용하여 다시 정의되었고,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몰(mol) 또한 아보가르도 상수를 이용하여 재정의되었다.
'몰'은 물질의 입자 수(물질의 양)를 나타내는 단위로써 본래 탄소-12 12g의 원자 수로 정의되었다. 탄소-12 12g 속에 들어있는 원자 수와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같은 개수만큼을 1몰로 나타냈던 것이다. 그러나 kg의 단위가 기존의 '원기'에서 '플랑크 상수'로 변화함에 따라 이와 같이 '질량(g)'을 이용한 몰의 정의도 수정이 필요해졌다. 따라서 몰을 아보가드로 상수를 이용해 정의하게 된 것이다. 몰의 단위가 바뀌기 전에도 사실 아보가드로 수는 많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때 아보가드로 수란 탄소-12 12g 속에 들어있는 원자의 개수를 의미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탄소-12 12g 속의 원자 개수를 질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수인 아보가드로 상수의 재정의를 통해(= 6.02214076 x 10^23) 표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몰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보가드로 상수의 값인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아보가드로 수를 정확하게 구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과학자들의 시도는 '아보가드로 프로젝트'라고 명명되곤 한다. 독일을 주축으로 시작된 아보가드로 프로젝트에서는 탄소가 아닌 실리콘 구체를 이용하여 아보가르도 상수를 구한다.
아보가드로 상수를 구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물질(블록)의 부피와 질량을 측정한다.
2. 단위 블록의 부피를 구해 전체 부피를 나눠주면 전체 부피당 구성하는 단위 블록의 개수를 알 수 있다.
3. 단위 블록 1몰 질량을 측정해서 전체의 질량을 나눠주면 블록의 몰 수를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1몰에 포함된 단위 블록의 수를 알 수 있게 되어 아보가드로 상수를 구할 수 있다.
이경석 한국 표준 과학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아보가드로 상수 결정에 사용된 실리콘 결정은 5개로 2개의 실리콘-28 농축 결정과 이로부터 만들어진 3개의 실리콘 공, 1개의 실리콘 공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리콘(규소)은 대기 중에서 안정하며 반도체 기술과 같이 세밀한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실리콘 구를 이용하여 정확도 등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단위가 절대적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과학의 발전에 따라 더 정확하고 더 세밀한 단위의 정의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위'라고 하는 것은 모든 과학과 모든 개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는 세세한 단위 변화가 잘 체감되지 않을 수 있지만, 체감되지 않는 조금의 차이와 오차가 누적된다면 결국은 과학에서의 '오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국제도량형 총회의 단위의 정의 변경은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표준 과학자들이 단위의 재정의를 "Huge Change, but No Change"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및 사진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0&aid=0003181283&sid1=001
https://news.joins.com/article/22240771
http://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63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