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의 중요성
삼성 호암상 확대... '한국판 노벨상' 기초 다진다
삼성 호암재단에서 과학, 공학, 의학, 예술, 사회 다섯 분야에서 수여하던 상을 세분화, 확대하여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 과학 상을 물리, 수학, 화학, 생명과학으로 세분화하고, 총상금을 18억 원으로 늘린 것이 주요 개편 내용이다. 기초과학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삼성의 이와 같은 행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와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는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를 경험했다. 그전까지는 과거사에만 매몰되어서 일본의 경쟁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탓에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대한민국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한국은 대체 수입 경로를 찾고, 각 기업에서는 신속하게 국산화 작업을 완료한 덕에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위기를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로 빠르게 발전했지만, 그 발전의 기초가 되는 기초과학이 부실했던 것이다. 기초과학이 부실하니, 핵심 산업의 기초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대외의 악재에 따라 기업들이 너무나도 쉽게 흔들린다. 이것이 한국의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기초과학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큰 건물을 짓고 있으면서 하늘만 바라봐선 안된다. 바닥을 바라보며 기초가 부실하다면 기본기부터 천천히 다져야 한다. 빠른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앞만 보며 달리는 사람보다 뒤를 볼 수 있는 여유가 더 큰 힘을 발휘하지 않는가.
그런 측면에서 삼성의 호암상 확대는 반길만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민간 기업이 앞장서서 기초과학 역량을 높이기 위한 수단을 제공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초과학은 꾸준한 투자와 집념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제, 민간 기업들 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로 더 많은 기초과학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이다. 우리가 지난해 겪었던 수출 규제를 떠올리며, 다시 뒤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대한민국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