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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형 Jul 14. 2021

시간의 허상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우리에게 '시간'이란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는 삶의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순간일 수도, 누군가에는 고통의 연속인 순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시간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저서를 통해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시간은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 시간은 유일함, 방향, 독립성을 상실한 존재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인 기준으로 통용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라 시공간은 상대적임이 입증되었고, 우리가 위치해있는 상황과 중력의 영향 등에 따라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른다. 일례로 아파트 50층에 사는 사람과, 1층에 사는 사람의 시간은 전혀 다르게 흐른다. 1층에 사는 사람은 50층 거주자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것은 50층에 사는 사람보다 덜 늙는다는 것을 의미기도 한다.


그렇다면 더 실제에 가까운 시간은 무엇인가? 절대적 기준에 근접한 시간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결론은, 그 어떤 시간도 "실제에 가깝다 혹은 조금 더 정확하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의 세계에서는 절대적인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계'에 따라 서로 다른 빠르기로 시간은 흐를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는 없다.  


다음으로 시간의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자.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공간의 구조가 우리가 아는 단계별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눌 수 없다. 시공간은 모래시계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렇게 생긴 다양한 시공간이 우주 공간에는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입장에서 과거도 아닌, 현재도 아닌, 그리고 미래에도 해당되지 않는 우주가 분명 존재한다.

시공간의 구조 (출처 : 동아사이언스)


우리가 지금까지 인식해왔던 시간의 흐름을 물리학적 관점으로 고찰해 본다면, 미시적인 관점에서 과거와 미래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볼츠만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세상을 보는 '우리 자신'의 '희미한 시각' 때문에 발생하며, 본질적으로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우주의 입장에서, 시간의 방향성을 절대적으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그저 흐르는 것이다.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자면, 우주에서 '현재' 혹은 '지금'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나에게 지금 발생한 사건은 우주에서도 '지금'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시공간은 상대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동일한 '현재'의 순간은 존재할 수 없다. 시간은 중력장과 같은 장(field)의 상호작용으로 변화하며 영향을 받는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현재'는 우주 전체에 정의되지 않는다. 현재는 우리와 가까기에 있는 거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주 곳곳에 잘 정의된 '지금'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환상이자 우리 경험의 부적절한 외삽이다."




결론적으로 시간은 어떠한 형태로도 정의하기 어렵다. 유일성, 방향성, 독립성을 상실한 존재로써 이제는 시간이 완전히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주의 관점에서 시간은 아무런 의미도, 아무 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시간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려고 발버둥 친다. 시간을 1년, 365일, 52주, 8760시간, 525600분, 31536000초로 나누고,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계획한다.


인간은 방대한 우주에서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존재이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간에 나름의 가치를 부여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종이조각에 불과한 지폐에 가치를 부여하며 시장 경제를 작동시키는 주체가 된다.


인간은 우주의 만물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부여하면서 삶을 인식하는지에 따라서 삶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아무런 의미도, 기준도, 진실도 없는 우주에서 스스로를 향한 긍정적인 인식과 희망적인 마음을 가지고, 지금부터라도 나 스스로에게 소중한 가치를 부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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