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사건이 중첩되어 일어날 수 있다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쉬운 도구이다. 외부에서 관측할 수 없는 상자 안에, 고양이를 넣어두고, 50%의 확률로 방사선 물질이 방출되도록 설정한다. 이때, 상자 속 고양이는 죽어있을까, 아니면 살아있을까? 고양이는 50% 확률로 죽어있거나, 동시에 살아있는 상태인 걸까?
뉴턴을 필두로 하는 고전역학에서는 에너지를 ‘흐른다’고 표현하면서 연속적인 개념으로 생각했지만 양자역학 속의 양자는 에너지가 자연수처럼 일정한 양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뉴턴의 등장 이후 약 200년 동안 지속되던 고전 물리학에서 확률과 통계가 난무하는 양자론이 등장하면서 모든 현상이 양자역학으로 설명되기 시작한다.
고전역학은 위치와 속도를 알면 모든 상황이 예측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는 위치와 속도 둘 중에 하나는 절대 알 수 없다.
이중 슬릿을 통해 양자 역학에 대해 알아보자. 이중 슬릿을 통해 입자와 파동을 통과시켜 보면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입자의 경우에는 입자가 두 줄을 만들 것이고, 파동의 경우에는 간섭무늬가 발생한다.
이때, 명백한 입자인 전자를 슬릿에 통과시키니 하나의 전자가 동시에 두 개의 슬릿을 통과하여 파동에서 나타나는 간섭무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이중 슬릿을 통과하는 전자를 자세히 관측해보니 다시 간섭무늬가 사라지고 전자는 입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과학자의 '관측'을 통해 실험 결과가 달라진 모습은 양자역학과 같은 미시세계에서는 관측으로 인해 상태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측한다는 것은 빛이 물체에 부딪혀 우리의 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기 때문에 '관측'으로 인해 전자는 빛의 영향을 받게 되고, 본래의 특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전자와 상호작용을 하기 전까지는 위치나 특성을 정의할 수 없지만,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관측된다.
양자역학을 통해 우리는 고전역학의 한계에서 벗어나 세계를 좀 더 유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얻게 되었다.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을 토대로 구성된 사회의 모습과 발전 방향을 뒤바꿀 것이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여 양자컴퓨터가 등장한다. 보통 컴퓨터는 0과 1의 두 가지 상태를 이용하여 연산 작업을 했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중첩되어 있는 상태로 동시에 연산을 처리하여 현재의 컴퓨터보다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구글을 비롯한 일부 IT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하며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로 인해 컴퓨터의 연산속도가 개선된다면, 기존의 RSA 암호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 컴퓨터 연산을 통해 몇 분 안에 암호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양자컴퓨터의 등장은 새로운 보안 체계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양자 암호통신 기술인데, 양자역학 세계에서 관측이 결과를 바꾼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높은 보안성을 실현시킬 수 있다.
이러한 양자역학의 특성을 이용해 보면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떠올릴 수 있다. 이론적으로 동시에 지구에 존재하면서 화성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생명체를 관측했을 때는 지구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더 나아가서 이미 관측 전에 여러 상태가 중첩되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중에서 일부만 관측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등장한다. '다중우주론'이라는 이론이 등장하는데,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우주'속에 중첩되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우주는 수많은 우주들 중 하나일 뿐이고, 지금 이 순간의 나의 모습은 수많은 우주에 있는 중첩되어 있는 '나'의 일부일 수 있다.
양자역학에 기반한 우리의 사고는 우리의 인식을 뒤바꾼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가 유일하지 않다면?
수많은 우주에 서로 다른 모습을 한 '나'가 존재하고 있다면?
이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에서 '나'와 '외계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