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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형 Jul 28. 2021

김제덕의 '파이팅'에 담긴 의미

도쿄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원동력, "파이팅!"

전통적으로 대한민국이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했던 양궁에서, 또다시 선수들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남자 단체전, 여자 단체전, 혼성전 모두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대한양궁협회의 원칙을 중요시하는 선수 선발 과정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이 계속해서 양궁에서 1위를 수성할 수 있는 본질적인 이유는 '특혜 없는 공정한 선발'과 '기존의 원칙 고수', 그리고 '과거의 뛰어난 활약보다 현재의 실력을 중요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해 주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양궁 팀은 여러모로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고, 그 사이에서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김제덕 선수가 많은 국민들로부터 주목받았다. 만 17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올림픽이라는 국제무대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고, 단체전과 혼성전에서 승리에 결정적인 점수를 쏘면서 국민적인 '스타'로 등극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점은, 그가 크게 외치는 '파이팅'이라는 목소리이다. 자신이 화살을 쏠 때, 혹은 다른 선수가 화살을 쏠 때, 온 힘을 다해 '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북돋았고, 긴장감과 압박감을 날려 버렸다.


겉으로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린 나이에 올림픽을 처음 경험하면서 분명히 국가대표라는 역할로 인해 엄청난 압박감과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그저 숨기지 않고, '파이팅'이라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뱉어냈다. 만약 그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경기에 임했다면, 분명히 내적인 감정의 동요가 외적으로 표현되었을 것이고, 고도의 집중력과 정확도를 요하는 경기에서 상당한 위험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김제덕 선수의 '파이팅'이 금메달을 따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적인 감정의 동요를 안정시키기 위한 그의 외침을 그저 시끄러운 목소리였다고 치부하면 안 된다.




우리도 삶의 중요한 순간과 고비 속에서 많은 감정들을 느낀다. 드넓게 펼쳐진 삶의 변곡점에서 우리는 슬픔, 걱정, 두려움, 당황, 절망, 긴장, 괴로움, 막막함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내적 갈등과 심적인 동요를 겪는다.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괜찮은 '척'을 한다.


우리는 언제나 '괜찮다'라는 감정의 탈을 쓰고 다른 사람들을 마주한다. 내가 감정적으로 약한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위로받는 것 자체가 불쾌하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받아야 할 만큼 나약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괜찮은 척'을 하며 스스로의 불안한 감정을 숨기려고 애쓴다.


그 결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평상시처럼 괜찮을 수 있지만, 우리의 내면은 그 어느 때보다 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요동침은 결국 '괜찮은 척'이라는 탈을 뚫고,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삶의 목표가 흐릿해지고, 그 목표를 향한 나의 발걸음이 조금씩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틀어진다. 결국 우리는 성공할 것 같았던 '괜찮은 척'에 실패하며 끝없는 추락을 경험하게 된다.




더 이상 '괜찮다'라는 말로 요동치는 불안한 감정들을 다스리려고 해서는 안된다. 감정을 말로, 글로, 혹은 그림으로 표현하고, 겉으로 스스로의 불안한 감정을 뱉어내는 것이 그 감정을 다스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제덕 선수의 '파이팅'도 분명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국가대표로서의 부담감을 '파이팅'이라는 세 글자에 꾹꾹 눌러서 밖으로 뱉어낸 것은 아닐까. 누구보다도 큰 외침으로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해소하고, 양궁 경기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는 '파이팅'이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소리쳐 내뱉어서 활과 화살에 온전히 집중한 김제덕 선수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쳤다.


우리의 삶도 양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의 목표가 바로 과녁의 정중앙이고, 목표를 향한 우리의 도전이 화살을 쏘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부터 화살을 쏘아서 명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을 꽁꽁 숨기지 않고 밖으로 표출하면서 활의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고, 목표를 향한 명중의 가능성을 차근차근 높여나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10점 정중앙에 화살을 맞히고 뿌듯함에 기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과녁들을 하나씩 맞혀나가면서 우리는 성장하고, 목표를 성취하며, 꿈을 이루고, 뿌듯함과 성취감으로 인한 '진정한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한 마디는 "파이팅!"이라는 큰 외침이다.




ⓒ 2021.07. 조준형 씀. All rights reserved.





표지 사진 출처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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