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준형 Jul 30. 2021

우리는 모두 마약중독자입니다.

짜릿한 자극을 추구하는 뇌와 '메타버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우리의 뇌는 언제나 새로운 자극을 추구한다.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자극에 중독된 상태이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서,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로움을 찾아서 언제나 발버둥 친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색다른 재미를 찾으려 애쓴다. 그 결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짜릿한 즐거움을 경험할 때면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며, 이는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새로운 자극'을 향한 추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태초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현실에 안주하기 않고, 늘 새로운 먹이를 향해 찾아 헤매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 세계 이슈와 급변하는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 우리의 생존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우리는 새로움을 향해 끝없이 달려 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움을 향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은, 기술 발전을 가능하게 했고, 삶의 질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시켰다.




최근 과학기술 분야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Meta'와 우주공간을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이다. 즉, 메타버스는 현실과 똑같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가상세계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인간이 휴대폰, 컴퓨터,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인간의 생활 반경이 현실에서 가상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미 네이버의 '제페토(ZEPETTO)'에서 수많은 셀럽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고, 해외에서는 'Roblox'라는 메타버스를 이용한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며 '현실이 가상세계로 이동한다'는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의 가상 세계에서는 현실과 동일하게 경제활동이나 문화교류 등이 일어나며 우리의 제2의 자아가 살아가는 장소로 급부상할 것이다.


메타버스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앞서 언급했던 '새로운 자극 추구'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길어진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피로감과 답답함, 그리고 현실의 지루함과 고단함으로 인해 환멸을 느낀 수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 관심이 모여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다시금 주목받게 만들었다.


특히 메타버스가 이끄는 미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MZ세대(1980년대 초 ~ 2000년대 중반에 출생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총칭함)는 계속되는 시험과 '등급'으로 구분되는 치열한 성적 경쟁에 치이고, 취업과 사회생활의 문턱에서 좌절한다는 점에서 현실세계의 벽이 높다고 느낀다. 이때, 현실세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나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취미 활동을 즐기며, 후회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세계는 MZ세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가상 세계 속에서 내가 원하는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긍정적인 새로운 자극을 추구할 수 있고, 그 결과 현실 세계의 '나'는 간접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메타버스는 밋밋하고 힘든 현실세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새로운 자극'을 선사하는 것이다.




새로운 자극을 향한 인간의 열망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도 하며, 평범한 일상 속 '신선한 행복'을 맛보게 해주기도 할 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마약'처럼 계속 찾게 되고,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자극'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새로운 자극'이라는 마약에 빠져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그저 '당연한 것들'로 치부하며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을 수 있다. 무엇이든지 당연하게, 아무런 의미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우리 주변에서 하찮은 순간들도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나에게 고통을 주고 때로는 좌절할 만큼 힘든 순간은 우리에게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며, 거듭되는 실패는 성공을 향한 중요한 교훈과 배움을 제공한다. 아무런 의미 없이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흘러가는 시간들은 '경험'이라는 선물을 주며, 그 속에서 우리가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탈출하고 싶다'라고 여겼던 현실 속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삶의 나날들은 어느 하나라도 버리기 아까운, 소중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다시 보기'가 불가능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고, 다시는 얻을 수 없는 수많은 배움의 원천이다.

새로운 자극이라는 마약에 빠져 '당연한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외면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존재라는 것이다.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기에 앞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금 이 순간도 일생에서 오직 단 한 번,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순간이다.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 호시노 도미히로, <일일초> -


ⓒ 2021.07. 조준형 씀.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시간은 흐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