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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형 Aug 01. 2021

오늘도 시간은 흐른다

나에게 '하루 24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바퀴 달린 고철 덩어리는 모스 부호가 그려진 시멘트 바닥을 빠르게 지나가고, 반짝반짝 빛나는 색깔의 변화에 따라 멈췄다가 출발했다가 또다시 멈춘다. 고철 덩어리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모양과 색을 가질 수 있다니..

바퀴 달린 덩어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지구에 사는 생명체는 기다랗고 하얀 줄이 그어진 곳으로만 시멘트 바닥을 가로지른다.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듯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시멘트 바닥을 지나친다.

정말 특이했던 것은 이곳의 생명체들이 종이 조각을 주고받으며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종이 조각을 주고 먹을 것을 사고, 입을 옷을 사며, 살 곳을 마련한다.


그러고 보니 다들 이곳에서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다. 형형색색의 색을 가진 조그마한 알루미늄과 유리가 섞여있는 덩어리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곳의 생명체들은 그 덩어리를 마구 두드리며 기뻐하고, 슬퍼하며, 안타까워한다. 신기했던 점이 하나 더 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알루미늄과 유리가 섞인 덩어리에서나, 몸의 기다란 부분에 감고 있는 동그란 유리에서나, 혹은 어디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이상한 숫자가 적혀있다는 것이다. 해가 머리 위에 떠있을 때 그 숫자는 12:02를 가리키고,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올 때는 7:59를 가리킨다. 이 숫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하여튼 지구는 정말 이상한 세계이다.


-- 외계인 A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나의 습작 소설 中) --




그렇다. 우리는 우주에서 바라보았을 때 전혀 이해되지 않을 만한 세계에 살고 있다. 개인과 개인이 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체가 모여서 국가를 형성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국가와 국가가 지구촌으로 하나가 되면서 개인 사이에 수많은 규칙과 질서가 형성되었다. 이는 모든 공동체를 유지하는 근원이 되어왔다.


공동체에서 규칙과 질서의 중요성을 실감한 개인들은 ‘법’을 제정하며 공동체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약속들에 구속력을 부여했다. 도로에 선을 그어 차선을 만들고, 길목마다 신호등을 만든다. 만약 자동차가 정해진 차선을 벗어나거나, 신호를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하면 법에 따라 책임을 진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만 원’이라고 적힌 종이 조각에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가 ‘만 원’이라고 약속한 가치만큼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며, 모든 경제 활동의 출발점이 된다.


이렇듯, 인간은 모든 것에 우리만의 질서와 의미, 그리고 가치를 부여하며 성장해온 종족이다.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해가 뜨고 지고,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자연현상에 따라 인간은 ‘시간’을 정의함으로써 사회에서 일종의 ‘규칙’을 형성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모든 일을 ‘시간’이라는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수행하며, 나름대로의 의미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애쓴다.


그렇게 오늘 하루, 24시간도 거의 다 지나갔다.

우리가 약속한 ‘하루 24시간’은 각자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갔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미처 다하지 못한 숙제를 하는 시간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공부나 일을 하는 시간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휴식을 통해 그간의 피로를 해소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를 응원하는 시간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뉴스를 보며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대해 알아본 시간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게임에서 패배해서 아쉬워하는 시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상황과 때에 따라서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그 의미와 가치에 맞게 그 ‘시간’을 누구보다도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7일’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앞으로의 ‘일주일’ 동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그 가치에 부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보낼 것이다.



ⓒ 2021.08. 조준형 씀.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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