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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형 Jul 13. 2021

[시뮬라시옹] 지식의 구조

우리가 인식하는 지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성'을 통해 현실을 인식한다. 

우리가 어떻게 이성을 발휘하는가는 '교육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앞서 글에서 '나만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러한 관점을 형성해주는 기본이 '교육'이다. 교육은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교육철학은 어떤 지식을 가르칠 것이고,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할 것인지를 포함하는 중요한 것이다.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어떤 '인간'을 형성할 것인지와 연관되어 있다.


교육철학은 당시 사회적 이데올로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교육과 프랑스의 교육이 다른 이유는 나라별 교육철학이 다르기 때문이고, 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서로 다른 사회적 신념에 기인한다. 한국 교육은 '압축적 근대화'라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기능적인 측면'을 중시하고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인간의 자유 실현이라는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가 이를 중시하는 이유는 과거 시민혁명이 일어났던 역사에서 유래하고, 이러한 특성이 쌓여서 지금의 프랑스 사회를 형성하였기 때문이다. 즉, 교육철학은 그 사회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한 국가의 사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교육을 먼저 살펴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교육철학의 의의는 우리에게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사회를 '사회과학적'으로 바라보며 현실과 그 너머의 세계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다양한 '지식'을 얻게 된다. 이때 지식의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그 지식을 활용하여 사회의 구조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지식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지식은 '사실, 개념, 일반화'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과 개념이 합쳐져서 일반화됨으로써 '지식'이 만들어진다. 


먼저, '사실(fact)'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실에 대해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언급을 했다.


사실은 특수한 사건, 대상, 사람들에 관한 정보가 경험적인 자료로 증명된 서술을 의미한다.

Banks, 1990


지금까지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증거를 가지고 증명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서술이다.

Matorella, 1991


사실은 구체적인 사건이나 대상, 사람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우리는 사실임을 인식할 수 있는 경험적 증거 자료를 통해 사실을 바라보고 서술한다. 우리는 흔히 사실(fact)이 언제나 확실한 불변의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fact)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왜냐하면, 인간에 인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명제가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의심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평소에 사실(Fact)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재의 기준에서 가장 완벽한 경험적 자료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일컫는데, 이를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이때 패러다임이 변화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사실이라고 인식되던 것도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가변적인 특성을 보이기에 사실(Fact)을 맹신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Banks라는 학자는 사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실(fact)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상' 그 자체와 다르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예시를 살펴보자. 과거에는 모든 행성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천동설을 사실(fact)이라고 인식했다. 그 당시 그들의 경험적 자료에 의하면 그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관측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지동설이 등장했고, 지금은 기정 사실화된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자료, 즉 경험적 증거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였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는 '사실(fact)'이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도 지구가 태양을 공전한다는 '현상'을 변화하지 않는다. 인간의 해석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실(fact)'의 중요한 특성이다.


다음으로 '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개념은 지식보다 조금 더 추상적인 것으로써 '관찰, 분류, 명명'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경험한 것을 어떠한 범주(기준)에 의해서 분류한 것이 개념이다. 여러 가지의 사실을 하나의 범주로 분류하다 보니, 한 가지 개념을 여러 사실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고양이'를 바탕으로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을 알아보자. 먼저, 어떤 동물을 관찰한다.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 동물들 사이에서는 유사한 특징이 발견된다. 그러한 특징을 범주로 묶어서 그 동물을 '고양이'라고 이름 붙이게 된 것이다. 즉, 관찰과 분류의 과정을 거쳐 '개념'이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한 것을 집단으로 묶어 '개념'이라고 총칭하다 보니, '개념'은 몇 가지의 구체적 사실을 넘어서, 추상적 세계에 대한 상상과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개념'을 통해서 추상적인 것을 논리적,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통찰력과 혜안의 기반이 된다.


개념의 특징을 몇 가지 더 소개한다. 먼저, 개념은 전이성이 매우 높다. 한 사회과학자가 제시한 '웰빙(well-being)'이라는 '개념'은 개개인의 생활 방식, 방송의 트렌드, 기업의 문화, 사회 제도를 변화시켰다.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자 하였고, 이러한 일상을 담은 콘텐츠가 방송 업계에서 유행했다. 기업은 유연한 근무제도를 도입하며 기업문화가 바뀌었고, 국가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였다. 한 가지의 '개념'이 전이되어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또한 개념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것을 '속성'이라고 부르는데, 개념을 개념이게 하는 결정적인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결정적인 속성은 과감히 거르고, 중요한 속성을 파악하는 것이 개념의 본질을 꿰뚫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식의 구조를 완성시키는 '일반화'란 무엇일까? 사실과 개념을 보다 논리적으로 서술해놓은 것을 '일반화'라고 부르고, 흔히 '이론'이라고도 통용된다. 예를 들어, '대도시일수록 범죄율이 높다'는 명제는 '대도시'라는 '개념'과 '범죄율'이라는 '개념'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고, 이때 여러 도시의 자료 분석에 의한 논리적인 증거가 뒷받침해 준다면, 일반화의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인식의 한계'가 있다는 측면이다. 앞서 반복적으로 언급했지만, 현상을 달라지지 않지만, 사실은 인간의 해석, 즉 인간이 현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과학'이라고 하더라도, 인식의 한계는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그 너머의 세계를 보려는 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통찰'을 해야 하는데, 이 통찰은 높은 수준의 일반화를 함으로써 달성된다.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여러 가지 개념을 엮어보며 개념과 개념이 맞물리게 한다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이론, 즉 일반화를 해낼 수 있고, 그 일반화의 과정에서 떠오르는 연결고리들은 우리가 너머의 세계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도구가 된다.


이런 일반화의 과정을 통해 연구할 때에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과학 기술의 파괴적인 혁신으로 '양적' 진보는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질적' 진보보다 더디다면, 인간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의 예시를 통해 '질적 방법'의 중요성을 살펴보자. 30분이 걸리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길과 25분이 걸리지만, 전혀 익숙하지 않은 처음 가보는 길 중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 보통의 경우 우리는 물리적으로 5분이 더 소요되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길을 선택한다. 익숙하지 않은 처음 가보는 길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어서 더 시간에 오래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 시간을 고집하는 내비게이션은 25분이 걸리는 경로를 안내한다.


과학 기술은 진보하지만, 그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인식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없다. 기술을 통해서만 발전하려고 하다 보면, 이 기술을 이용하는 '인간'은 뒷전이 되어 버리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양적 발전'은 우리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못한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독특하게 언론인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하며 워싱턴 포스트를 많이 변화시켰다. 왜 최첨단 배송 업체인 아마존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것일까? 아마도 제프 베조스는 미래 사회에서 혁명적 과학기술이 미치는 영향보다, 사회적 '개념', 사회 미디어의 영향력, 사람들의 생각과 신념, 그리고 인식과 정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더는 자신을 사실의 틀 안에 갇힌 존재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인식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고, 만약 이러한 '사실'에 기반을 둔다면,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근본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사회 구조가 변화하게 되면 '사실'과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변화할 가능성을 상승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닌, 인식할 수 없는 너머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를 때이다.

사실 자체의 틀에서 벗어나, 학문의 경계를 초월하는 개념의 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식의 한계'를 인지하면서 Fact(사실)에서 벗어나 Fusion(융합)으로 나아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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