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 대한 존중

by 레인
한때 가족만큼 가까웠으나 어긋나버린 관계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적을 만들지 않는 평화주의자인 내게 주어진 시련 아닌 시련. 스스로의 이기(利己)와 모순을 반성하기도, 상대의 편협과 억지를 탓해보기도 했다. 취미를 살려 길고 긴 글을 쓰기도 했지만, 결국 자기변호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공개하진 않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리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일이었구나 깨달았다. 사건과 상황은 차치하고, 한 사람이 자신의 입장과 상대의 오해가 있음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한 부분에 대해 고개 숙여 진심 어린 사과도 전했다. 사과는 땅으로 떨어졌고, 10년이 넘는 관계는 그렇게 끝. 이렇게 단 3줄로 요약할 수 있는 사건을 두고 무얼 그리 속상해했을까 싶다.
완전히 같은 생각만 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은 내려놓고, 서로의 다름에 관하여 얼굴을 맞댄 채 진솔한 대화로 조율해 나가는 것.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뒤에서 쑥덕거리지 않는 것. 그 모든 것보다 진심이 담긴 사과에 용서 여부는 개개인의 몫이나, 적어도 그 사과를 경시하지는 않는 것.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이지 않을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으나, 비난하지 않는다. 한때 많이 속상했지만, 원망은 없다. 그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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