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의 최후

봉투효과 - 07화

by JUNI KANG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대여섯 시간이 지난 뒤였다.

낯선 병실이었고, 어디선가 많이 낯이 익은 늙은 여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울고 있었다.

그 낯익은 얼굴이 누구더라.

잠시 생각하다가 의식보다 입이 먼저 반응한 모양이었다.
"엄마!"하고 불렀지만, 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온몸의 근육과 뼈마디가 마비된 듯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친정엄마의 모습은 느리게 재생되는 영상처럼 잔상을 남기며 흔들렸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남편과 경찰이 함께 들어왔다.


"괜찮아?"

울상이 된 남편이 물었지만, 내 머릿속은 경찰이 왜 이곳에 함께 왔는지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그 순간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짜릿한 감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고 내려간 뒤에야, 내가 왜 병원에 실려 왔는지 모든 상황이 번개처럼 정리되었다.


아이들이 떠올랐다. 심장이 요동치며 호흡이 가빠졌다. 뒷머리가 바늘로 찔린 듯 따끔거렸고,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런 나를 본 남편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경찰에게 동의를 구하듯 눈길을 보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세희는 무사해. 지금 이리로 오고 있대."


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벽에 걸린 텔레비전을 턱으로 가리켰다.
"지금은 상황을 설명하는 것보다 뉴스를 보시는 게 더 빠를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편은 사물함 위에 놓인 리모컨을 집어 들어 텔레비전을 향해 버튼을 눌렀다.

경찰이 바지 주머니를 더듬었고, 남편도 따라 하듯 주머니를 뒤졌다.


엄마는 눈물을 훔치다 말고 손지갑을 열어 동전 몇 개를 남편에게 건넸다.


찰카당- 찰카당-

동전이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텔레비전 화면이 켜졌다.

경찰차의 경광등 불빛, 줄지어 선 경찰들, 구급대원들, 한곳을 향해 몰려든 카메라와 기자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움직이던 화면은 곧 여기자를 클로즈업했다.

여기자는 뒤를 돌아 손바닥을 위로 들어 병원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이곳은 하일시의 한 병원 앞입니다. 납치되었던 여자아이는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잠시 후 도착할 예정입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충격으로 실신해 이곳에서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는 도착 즉시 필요한 검진을 받을 예정입니다.


납치범은 보도해 드린 대로 중부 산업단지의 한 공장 건물에서 인질극을 벌이다가 경찰 특공대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장 상황을 김영태 기자가 다시 한 번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영태 기자, 나와 주세요."


"네, 김영탭니다. 이곳은 납치범이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된 오경읍 현장입니다……."


이곳이나 그곳이나, 화면 속 배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젠가 텔레비전 ‘주말의 명화’ 시간에 무서워하면서도 끝까지 보았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경찰과 기자들, 그리고 구경 나온 시민들까지 뒤섞여 현장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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