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거부하는 게으름
한동안 냉정수기를 사용했었다.
나는 차가운 물을 좋아했다. 미지근한 물은 어쩐지 맛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수기에서 받아 마시는 한 잔의 냉수.
그 물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내려갔다.
나이가 들고 나서야 알았다.
아침에 마시는 냉수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6년 만에 직수 정수기로 바꾸었다.
냉수도, 온수도 필요 없었다. 그저 물이 깨끗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몇 달에 한 번씩 배송되는 필터를 직접 교환하며 사용했다.
그렇게 또 7년이 흘렀다.
7년.
한결같이 물을 내어주던 정수기를 드디어 교체했다.
처음 이 정수기가 집에 들어왔을 때는
약정이 끝나면 새것으로 바꾸겠다고 마음먹었었다.
3년, 길어도 5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교체 시기가 지나가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익숙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정수기 교체는 늘 뒤로 밀렸다.
버튼 하나 눌러 물을 받는 행위가 너무 당연해졌고,
정수기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존재가 되었다.
고장 나지 않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7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니
그 선택이 꼭 현명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내부는 과연 깨끗했을까.
매니저가 방문해 청소를 한다고는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흘려보낸 7년은
내가 얼마나 변화를 미루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익숙함은 편안하다.
그러나 그 편안함이
때로는 게으름이고,
변화를 향한 작은 저항이었음을 이제야 안다.
직수 정수기였다.
가장 저렴한 모델.
냉수도 온수도 필요 없었다.
얼음이 나오는 모델을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우리 부부에게 얼음은 그리 절실하지 않았다.
차가운 물은 냉장고에 한 통 넣어두면 되고,
뜨거운 물은 커피포트로 끓이면 된다.
얼음은 조금 번거롭지만
사흘에 한 번쯤 얼리면 충분하다.
이 새로운 정수기는
또 몇 년의 시간을 함께하게 될까.
그리고 나는
그때쯤, 조금은 더 쉽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202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