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책장을 보면 보이는 그의 삶, 그의 생각

나의 책장을 돌아본다.

by JUNI KANG


사람의 마음이란,

어쩌면 수많은 겹으로 이루어진 책장과도 같다.


어떤 날은 밝고 유쾌한 이야기로 가득 차고,

또 어떤 날은 고독과 사색이 담긴 시집 한 권으로 무겁게 닫힌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나는 멈칫했다.


오직 성경책만이 꽂힌 단출한 책꽂이.

문득 그의 삶이 너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건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걱정이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그 단조로운 풍경 속에서,

나는 그의 다른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나는 의자를 돌려 내 뒤편의 책장을 돌아보았다.


빽빽하게 꽂혀있는 것들은 온통 디자인 관련 서적들.

컬러 이론, 타이포그래피, 패키지디자인, 그리고 컴퓨터 관련 서적들뿐이었다.

그 무거운 전공 서적들 사이에 겨우 열 권 남짓한 소설책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러니 내가 균형을 잃지.'


자조적인 농담처럼 내뱉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작은 씁쓸함이 올라왔다.


내 삶의 책장 역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음을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편협함을 경계하면서도,

어느새 스스로를 울타리 안에 가둔다.


좋아하는 것만 읽고, 듣고, 보려 한다.

그 익숙한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은 포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울타리가 너무 견고해지면,

우리는 그 밖의 세상을 모른 채 살아가게 된다.


다른 겹의 이야기들,

다른 색깔의 감정들,

그리고 다른 냄새를 지닌 공기들이 스며들 틈마저 사라진다.


책장 가득히 꽂힌 디자인 서적들은

내 삶의 한 부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나는 그것들을 통해 지식을 쌓았고, 세상을 보는 나만의 눈을 키워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다른 수많은 가능성들을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소설책 열 권 남짓 꽂혀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이제는 더 많은 문학 작품과 철학서,

그리고 여행기들이 내 책장에 들어설 자리를 비워두어야겠다고 느낀다.


가을의 문턱에서,

나의 편협한 책꽂이를 돌아보며 다짐해 본다.


이제는 익숙함의 울타리를 조금씩 허물어보고 싶다.

내 삶의 책장에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꽂아 넣고 싶다.


그렇게 나를 둘러싼 세상과,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이야기들과 조금 더 깊이 만나고 싶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듯,

나의 책장에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채워 넣어야겠다.


그렇게 조금씩,

내 마음의 폭을 넓혀가 보고 싶다.



(20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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