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
정말 하나만 보고도 그 사람의 열 가지를 알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꽤 신뢰할 만한 구석이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침을 뱉는 행위, 마시던 음료수를 버스가 오자 슬그머니 의자 밑에 내려두고 떠나는 모습. 이런 사소한 행동들은 그 사람의 평소 습관이나 인성을 드러내는 분명한 신호가 된다.
우리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혹은 그가 머물다 간 자리에서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읽어낸다.
인터넷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심코 남긴 댓글 하나에도 그 사람의 인격이 배어 있고, 고민 끝에 올린 프로필 사진 한 장에도 그 사람의 성향이 은근히 드러난다.
우리는 서로 마주하지 않아도 그가 남긴 흔적들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곤 한다.
출근길 옷차림에 묻은 가느다란 개털은 그 사람의 집에 반려견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말해준다.
눈썰미 좋은 종업원은 매장에 들어선 손님의 차림새와 동선만 보고도 그가 어떤 스타일의 옷을 고를지 미리 짐작해 낸다.
이처럼 우리는 사소한 단서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배경과 취향을 읽어낸다. 세상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끊임없이 누군가의 흔적과 신호를 흘려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것이 흘려보내는 신호를 읽어내는 공부가 바로 '기호학'이다.
기호학(Semiotics)은 신호를 해석하고 알아보는 방법이기에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
철학, 문학, 심리학부터 미술,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호학을 전공이나 교양으로 다루는 이유다.
오늘 아침, 당신은 어떤 신호를 읽었는가?
등교하는 아이의 무거운 표정,
출근 준비를 하다 허리를 굽힌 채 전화를 받던 남편의 뒷모습,
밥상에 마주 앉은 아내의 우울한 기색까지.
우리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신호가 잡히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연재를 통해 기호학을 에세이로 풀어보고자 한다.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우리 곁에 늘 존재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신호들을 하나씩 읽어보는 과정이다.
이번 연재의 제목은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사는가 - 에세이로 풀어보는 기호학>이다.
고백하자면 '우무보사' 이 글은 아내에게 기호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다 시작되었다.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치는 일상의 신호들을 다시 바라보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P.S) 이 연재는 총 30화로 기획되었으며, 모든 분량은 브런치를 통해 무료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브런치의 모든 작가님에게도 일상의 신호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