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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Feb 11. 2022

어느 바보의 미술투자 이야기

그가 혹은 그녀가 아트 컬렉터인지 투자만을 목적으로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보인 것은 틀림없다. 


아래의 사진은 마리아 파라(Maria Farrar)라는 작가의 옥션 낙찰 결과로 왼쪽은 2021년 6월의 홍콩 필립스, 오른쪽은 같은 해 12월의 런런 필립스에서 거래된 동일 작품이다. 

사진 출처 : 필립스 옥션

Maria Farrar / Sailor / oil on canvas / 152 x 122 / 2016



같은 작가의 동일한 원화 작품이 홍콩에서 약 1억 4천만 원에 거래되고 6개월 후 런던으로 건너가 9천만 원에 거래되었다. 작품 가격이 여섯 달 만에 5천만 원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홍콩에서 낙찰을 받아, 런던에서 되팔은 사람은 동일 인물이다. 그러니 바보 컬렉터라는 호칭이 딱 어울린다.(부디, 이 글을 당사자가 읽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읽게 된다면 "미안해 바보야~")


마리아 파라(1988)에 관심을 가지고 그녀의 관련 정보를 주시하고 있었던 이유는 2년 전 싱가포르의 오타 파인 아츠 Ota Fine Arts Gallery에서 그녀의 전시를 관람한 후 정말이지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이후 꼬박 2년을 기다려 지난해 12월 100호가 조금 넘는 원화 작품 한 점을 소장하게 되었다. 



Maria Farrar 도쿄 개인전 Overseas
Maria Farrar 도쿄 개인전 Overseas

한편, 소속 갤러리인 오타 파인 아츠에서 아직 젊고 한창 전시 이력을 쌓아가고 있는 마리아 파라의 작품이 옥션에 나오지 않게 노력하고 있지만 크리스티를 비롯하여 몇 차례 세컨더리 마켓에 작품이 풀려 버렸다.(한 번은 사치가 직접 출품)

나 역시 그녀의 팬으로서 옥션에 너무 자주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지난 필립스 홍콩과 런던건은 의아하기도 하고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닌가' 싶어 필립스 런던에 문의를 해보았다.(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내막이라도 알고 싶어)


"이거 혹시 6월에 홍콩 필립스에서 낙찰된 동일 작품이니? 그렇다면 어떻게 같은 작품을 또 너희 회사에서 6개월 만에 다시 출품 시키는게 가능하니?"라고 문의하니..


"응 같은 작품이야. 우리도 짧은 기간에 다시 출품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작품 소장자(홍콩 옥션에서의 낙찰자)의 상황이 변하는 바람에 다시 출품하게 됐지 뭐야. 뭐 가끔 이런 경우도 있어. 너 이 작품에 관심 있니?" 

마리아 파라 / 사진 출처 : https://arthop.co/editorials/too-late-to-turn-back-now-maria-farrar


그녀의 작품에 사람들이 몰리게 된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영국 현대 미술계의 왕 형님인 찰스 사치 Charles Saatchi가 자신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의 100대 컬렉션에 마리아 파라를 포함시킨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쿠사마 야요이의 전속 갤러리인 오타 파인 아츠에 픽업이 되면서 그녀의 주가가 수직 상승, 컬렉터를 포함한 투기 자본들이 몰려 크리스티를 포함한 옥션에서 비정상적인 가격에 낙찰되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크리스티 옥션

9천2백만 원, 2020년 5월 런던 크리스티 옥션 



사진 출처 :크리스티 옥션

약 1억 5천만 원, 2020년 10월 런던 크리스티 옥션



이렇게 중간 추정가격보다 1000% 이상 높은 가격에 낙찰되다 보니, 초기 작품들까지 옥션 시장에 풀리고 아래의 작품이 1억 4천만 원에 낙찰 되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바보가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옥션 시장에 들고 나와서는 5천만 원의 손해를 보고 거래를 하게 된다. (프리미엄 두번 포함 1억 원 )

사진 출처 : 필립스 옥션



바보도 돈을 날려 속상하겠지만, 문제는 젊고 재능 있는 작가의 작품에 비정상적인 투기 자금이 몰려 작품 가격이 급상승하였다가 거품이 빠져버리면 낮아져 버린 수준에 작품 가격이 고착화되거나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작전 세력에 의해 작품 가격이 왜곡되었다는 오해를 사서 컬렉터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젊은 작가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즉,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작가가 전시나 작품을 통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전에 세컨더리 마켓에서 한마디로 갈기갈기 걸레가 돼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재산권의 행사는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이다. 미술 작품 역시 리세일이던 컬렉팅이건 개인의 자유이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실질적으로 없고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내가 소장하고 있고 아끼는 작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1억이나 손해를 봐 속상할 사람을 나무라서 나도 기분이 좀 그렇네. 

"바보야 미안해"



https://www.otafinea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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