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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Feb 05. 2022

거장과의 긴자의 밤 - 미야지마 타츠오

미야지마 타츠오 MIYJZIMA TATSUO 갈라쇼

좋은 작품을 찾아 도쿄의 갤러리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작가들과 갤러리 사람들 그리고 컬렉터들과 친분을 다져가는 것이 도쿄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는 일본인들과 교류하며 미술 관련 행사에 다니는 것이 아트 컬렉션을 하면서 얻게 되는 부수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자연스레 같은 관심사를 가진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니 부수입치고는 돌아오는 즐거움이 꽤 크다.

그리고 가끔 뜻밖의 행운이나 영광스러운 날도 생기곤 하는데 지난해 겨울이 막 시작될 무렵에도 그런 하루를 보냈다.

사진 출처 - 모리 미술관

2020년 일본 미술계에서 최고의 전시를 꼽는다면 단연 모리 미술관의 기획전 STARS이다. 일본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6인 스타들의 그룹전으로 참여 작가들의 이름만으로 상대편의 기를 단번에 꺾어버릴 수 있는 최강의 드림팀이다. (쿠사마 야요이, 이우환, 요시토모 나라, 무라카미 타카시, 히로시 스기모토, 미야지마 타츠오) 

나도 2020년 여름 마누라상과 이 전시를 찾아서 정말이지 신나게 관람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이 6인 중 한 명인 미야지마 타츠오 상의 파티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기분 좋은 설렘으로 찾은 곳은 미야지마 상의 개인전 "KEEP CHANGING"이 열리고 있는 긴자의 아키오 나가사와 갤러리 Akio Nagasawa Gallery로 전시의 마지막 날을 축하하는 갈라쇼이다. 


갤러리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미야지마 상과의 인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우리도 곧 갤러리 관장님의 소개로 미야지마상과 인사를 나누었다. 

만나 뵈어 영광이고 한국에도 미야지마 상의 팬이 꽤 있다고 말씀드리자 얼마 전 끝난 한국의 개인전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전시 결과와 호응들도 좋았고 갤러리 바톤도 썩 마음에 들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미야지마상만큼 인자하고 여유로운 인상의 미야지마상의 사모님은 한국 여행, 음식 등을 좋아하신다며 여행담을 잠시 얘기해 주셨다.


한편, 조명을 활용한 설치작가인 미야지마 타츠오상은 평면작업도 활발히 발표하고 있는데 드로잉과 판화부터, 한국의 판문점을 배경으로 한 사진 작품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변형이 가능한 조형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LED 숫자를 평면으로 옮긴 작품들로 채워졌는데 여러 소재와 색으로 창작된 작품들은 LED 작품과 같이 1~9까지 임의로 변형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그의 작품에 0은 존재하지 않음)



이날의 주요 이벤트는 작품들의 변형을 미야지마상과 함께 체험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파티 참석자들이 작품을 고른 후 작품 앞에 놓인 특이한 주사위(1~9)를 던져 나온 숫자와 같은 숫자로 작품을 변형하는 체험이다. 

나는 그저 색이 마음에 들어 검정의 작품을 선택하였는데 미야지마상이 껄껄 웃으시며 직원들을 부르셨는데 알고 보니 작품이 강철로 만들어져 가장 무거운 작품이라고 한다. 얼마나 무거운지 젊은 스태프분들 3명이나 달라붙어 나의 주사위 결과에 맞추어 행운의 7자를 만들어주셨고 그를 배경으로 미야지마상과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작품으로 탄생된 이세이 미야케(ISEI MIYAKE)의 점퍼가 매우 잘 어울리는 미야지마 상. 

흠~남의 옷이 탐나긴 오래간만이군..



참석자들 대부분이 함께 이벤트에 참여하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우리가 유일한 외국인이어서였는지 감사하게도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자까지 선물 받았다. 그의 작품 구상과 스케치가 담긴 책자인데 나름 900권 한정 에디션까지 들어간 귀한 책이다. 


맛있는 와인에 외국인 특혜까지, 그것도 거장 스타작가와 함께하는 시간에 마누라상도 나도 그저 황홀에 겨운 시간을 보냈다.



긴자 밤거리의 상념

파티가 끝나고 적당히 와인기가 오른 채로 긴자의 밤거리를 걷다가 발걸음이 멈춰질 만큼 놀라운 상념이 강하게 머리에 울렸다.


'17~19년을 거슬러 오르면 타츠오 미야지마상과 나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미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타츠오 미야지마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17~19년 전 도쿄 여행 때로 롯폰기 티브이 아사히 건물 1층에 설치된 공공 미술작품 "Counter Void"라는 작품이었다. 롯폰기의 밤거리를 밝히던 그 작품을 보며 나는 머리가 하얗게 타버리는 공허에 찬 환희를 경험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기 시작한 동경(東京)을 향한 동경(憧憬)은 그의 작품인 "공허함의 헤아림" 앞에서 생겨났다는 것이 댓바람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결국 그 동경이 나의 도쿄 생활에 작은 불씨가 되어 오늘 그와 긴자의 갤러리에서 조우하게 된 것은 아닐까.



타츠오 미야지마 Counter Void 사진 출처 - SCAI The Bathhouse


롯폰기 츠타야와 스타벅스가 들어선 사거리에 아직 Counter Void는 자리해있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작동을 멈춰서 더 이상 밤거리를 공허함으로 비추지는 못한다. 

지금은 비록 많은 이들이 알아주지 않는 도시의 벽으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20여 년 전의 젊은 나에게 빛과 숫자들이 전달하려던 그 무언가가 지금의 나와 조금씩 연결되어가고 있다.


언젠가 그의 작품이 보수되어 롯폰기의 밤을 다시 비추게 되면 20여 년 전의 공허함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싶다.


"모든 것은 멈추지 않고 변화합니다. 그것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영원히 계속됩니다."

<타츠오 미야지마>



https://www.youtube.com/watch?v=8hoBG56oRRc


https://blog.naver.com/3mastokyo/222212889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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