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쿠사마 야요이는 일본에서 미국으로 이주, 뉴욕에 정착한다. 28살 꽃다운 나이의 그녀는 대부분의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이민자들이 그렇듯 주머니가 두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일본에서 그려진 여러 장의 작품들(works on paaper)이 있었고 때때로 그 작품들은 그녀의 고된 이민 생활에서 요긴한 화폐 대용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그녀와 비슷한 시기에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뉴욕으로 향한 또 한 명의 일본인 테로 히로세 박사, (Dr Teruo Hirose) 외과의인 그는 당시 뉴욕에서 외교관으로 근무 중인 삼촌의 권유로 2차 대전 후 일본을 떠나 맨해튼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는 뉴욕에서 일본어 구사가 가능한 두 명의 의사 중 한 명이었고, 힘겨운 이민생활을 하던 일본인들에게 선의의 의술을 제공하였다.
한편 뉴욕에 홀로 선 20대 후반의 쿠사마 야요이는 의료 보험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 활동과 함께 강박증의 치료 그리고 생존이라는 삶을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주위의 소개로 히로세 박사를 찾아가게 된다. 쿠사마 야요이 보다 3살 연하인 박사는 평소 그림을 좋아하여 예술가들에게 관대하여 현금을 대신하여 무명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치료비로 흔쾌히 받아 주었다.
서로 다른 시기에 태평양을 건넌 이 두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이민자와 의사의 관계로 시작되어 2019년 히로세 박사가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두터운 우정으로 지속되었다.
그리고 히로세 박사가 60여 년간 그녀를 향한 우정과 함께 소중히 간직해 오던 11점의 쿠사마 야요이 미공개 작품들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바로 쿠사마 야요이가 치료비 대신 건넨, 11점의 작품들이다. 몇 점 존재하지 않는 60년대 쿠사마 야요이의 초창기 작품들로 총 추정 가격은 $14 Million으로 (한화 약 160억 원) 지난 5월 Bonhams New york의 경매에 올랐다.
이 둘의 소중한 우정을 기리며 Rivers of Love라는 별칭을 얻게 된 이 유화 두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 시리즈인 인피니티 넷(Infinity Net)의 태동을 볼 수 있는 작품들로, 당시 Infinity Net이 흰색으로 그려진 것과는 달리 붉은색으로 그려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다. 각각 39억 원, 43억 원에 낙찰되었다.
위의 두 작품보다 추정가는 낮지만, 최고의 낙찰가를 기록하게 된 작품으로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처음 보는 스타일의 작품이다!
역동적인 컬러와 몰입되어 집중되는 구조로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 설치 작품인 Infinity Room(국내에는 제주도 본태 박물관에 소장)의 전조가 되었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 한화 약 50억 원에 소장가를 찾아가게 되었다.
또한 원화 작품들과 함께 역시 최초 공개되는 8점은 Works on paper로 쿠사마 야요이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그린 인피니티와 폴카닷의 시초로 추정되는 소중한 작품들이다.
94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신주쿠의 한 공간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 2년 전 그의 60년 지기 친구를 떠나보냈을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외지에서의 고단하고 불안한 삶을 창작으로 버텨내던 젊은 천재 작가 쿠사마 야요이와 무명작가의 그림을 병원비로 대신 받아 그녀를 치료하여 주던 예술을 사랑한 젊은 의사!
그리고 그가 죽기 전까지 소중히 간직하던 11장의 그림들...
가슴 벅찬 아름다운 이야기가 여러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 전체 작품 및 옥션 결과 Bonham Aucn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