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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Feb 22. 2022

스타벅스에서 만취하기

긴자 식스 스타벅스 리저브 바의 술 이야기

GINZA 6 STARBUCKS RESERVE BAR

아니 스타벅스에서 술을 판다고??

한산한 일상에 소소한 재밋거리가 생겼다. "스타벅스가서 공짜 술 마시기"


몇 달 전 긴자 식스 츠타야 갤러리(Ginza Atrium)의 큐레이터 S 상이 츠타야 VIP 멤버십 카드를 한 장 주셨다. 눈에 띄는 혜택은 긴자 식스 스타벅스에서 1일 1회 3천엔 미만의 음료 제공, 주차장 4시간 이용의 두 가지. 차 없는 뚜벅이니 주차권은 쓸 일이 없고 카페인도 잘 못 마시니 내게는 별 쓸모가 없는 카드였다.

적어도 스타벅스에서 술을 판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스타벅스에 술이라?? 신대륙을 발견한듯 놀란 이후 긴자식스에 갈때마다 코인을 모으고, 날을 잡아 스타벅스 술 원정에 나섰다.

술에 관한 지식은 깊지 않지만, 마셔대는 양으로는 로버트 파커에게 95점 이상 받을 자신이 있는 애주가로서 스타벅스 술 이야기를 해보자면...



긴자 식스 스타벅스 리저브 바(Ginza 6 Starbuck Reserve Bar)에는 와인 3종, 맥주 2종이 구비돼있다.


마누라상과 둘이서 스타벅스 테이블에 술판을 쫘~악 펼쳐 놓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들 흥미롭게 바라본다. 몇 번을 가보아도 술 마시는 사람은 우리뿐.


1. 라거 맥주 - TERRACE Lager Beer

스타벅스 리저브 바의 로고가 붙은 유일한 주류로 라거 치고는 조금 진한 맛이고 6도의 알코올이다.

진한 맛과는 대조적으로 거품이 하늘을 날듯 부드러워서 이 둘의 조화가 천상의 하모니라 오버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한 모금 마시고는 마누라상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쿄 수제 맥주인 "와~이거 T.Y Harbor 맥주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데" 하고 얘기했는데 역시 그곳에서 만든 맥주.

'흠~저렴한 내 입맛도 술맛은 알아보는군!'

천국에도 맥주가 있다면 부디 T.Y Harbor에서 공급받기를...


라거를 아니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맥주를 맛보기 위해 긴자 식스를 찾아도 될 만큼 멋진 맥주.

<단, 유통기한이 짧아서인지(왜 짧은 건지?) 재고가 많지 않음>




2. 에일 맥주 - KAGUA BLANC

위 라거 비어가 천연의 라거스러운 맥주 맛이라면, 이 에일 맥주는 기교를 많이 부려 만든 맥주라고나 할까.


8도로 알코올 맛이 꽤 강하고 신맛과 매운맛이 섞여있는 여러맛이 어우러진 재간둥이 맥주.

효모가 두껍게 쌓일 정도로 진한 효모 향도 느껴지는데 여러 맛과 향의 변화를 맛보며 즐길 수 있음.


개인적으로 라거가 내 취향이긴 하지만, 두 맥주 중 더 맛난 맥주를 고르라면 한참을 고민해야 할 듯.

벨기에에서 brewing 해서 일본 야마나시에서 bottling 되었다고 하는데 도쿄 고탄다에 이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수제 맥주 바가 있다고 함.






다음은 와인 3종.

스타벅스 와인은 환상적인 맥주 2종과는 달리 매우 평범한 와인들로 레드와 화이트는 캘리포니아, 스파클링은 스페인 와인.

걍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벌크 와인들이지만, 스타벅스서 와인을 마시니 왠지 독서실에서 만화책을 읽는 가벼운 일탈이 느껴져 좋다. 게다가 공짜니..


3. 레드와인 - ESTRADA CREEK Merlot 2017

전형적인 멜롯으로 마실만한 수준(멜롯 100%는 자주 마시지 않지만...)

타닌과 바디감음 중상 정도이고 체리 향의 신맛이 많다. 알코올은 13.5%.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와 엘에이의 중간 해안에 위치한 ESTRADA CREEK이라는 곳이라는데 작고 조용한 와인 밭인 듯.

와인 라벨에 스타벅스 재팬 전용 표기



4. 화이트 와인 - ESTRADA CREEK Chardonnay 2017

캘리포니아 샤도네이의 특징인 빠다 맛(buttery)이 살짝 날랑 말랑...


드라이 감이나 산도 중상 이상.

알코올은 13.5%로 화이트 치고는 높은 편이어서 요건 맘에 듦. 화이트를 고를때 이것저것 감이 안오면 알코올 높은것을 선호함(마시고 안취하면 헛 수고이니)


레드와인과 같은  ESTRADA CREEK와인



5. 스파클링 와인 - ARTE LATINO CAVA SEMI-SECO

스타벅스 술 중 가장 별로인 스파클링 와인.


단 맛의 SEMI는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 애플 사이다 마냥 약간 사과향이 나고 찾는 이가 없어서인지 탄산도 살짝 김이 빠져있어서 한 모금 마시고는 나도 김이 빠져버림.

그러나 공짜 술 마시고 컴플레인하는 건 양아치스러우니 조용히 바닥까지 비워 줌.




스타벅스 술 5종을 모두 마셔본 도쿄 알코올 부부는 전 과목 수를 받은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짐.


귀가길에 유라쿠초의 이자카야에 들러 허기를 채우며 하이볼 각 2잔씩 가뿐하게 날려주심.


이후 걸죽해진 부부는 나란히 손을 잡고 갈지자로 고잉홈.


3차는 홈파티, 레드와인으로 입가심을 하며 길고도 긴 겨울의 하루를 재미나게 보냈다는 이야기....


같이 술 마셔주시고 함께 갈지자로 걸으며 친목을 도모한 마누라상에게 감사를..



긴자 식스 스타벅스

https://store.starbucks.co.jp/detail-1622/


도쿄 최고의 수제 맥주

https://goo.gl/maps/CoHu77u4f5UdXCD99


고탄다의 수제 맥주 바

https://faryeast.com/en/bar/brewery-gr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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