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술계의 스타 등용문인 VOCA 전에서 2022년 대상을 수상한 카와우치 리카코의 기세가 볼만하다. 얼마 전 오케타 컬렉션 (OKETA COLLECTION)에 대형 작품이 컬렉팅되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나 요즘 좀 잘 나간단다"에 인증샷을 찍는 격인 긴자 식스의 츠타야 갤러리(GINZA ATRIUM)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오픈했다.
카와우치 리카코 개인전
Colours in summer
2022.7.2 ~ 7.13
Ginza 6 Tsutaya Gallery
스타 탄생을 지켜보는 일은 스타를 바라보는 것보다 어떤면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일이다. 그의 혹은 그녀의 수줍고 해맑던 모습부터 커가고 주목받고 또한 변해가는 모습까지도 함께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그들의 성장에 나도 한몫이라도 한 것 같은 엉뚱한 "잘난 척"이 발동하기도 한다.
내가 비록 그녀의 작품 한 점 소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카와구치 리카코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발품을 팔았던 것이 뿌듯한 기억이 되었다. 2년 전 시나가와의 테라다 아트 컴플렉스에서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이 이제는 예비 스타라는 묵직함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개인전은 카와우치 리카코의 작품집의 출판을 기념하는 전시회로 관람장 입구에는 성공한 작가를 상징하는 두툼한 작품집이 두 권이나 놓여있다.
아티스트 카와우치 리카코(Rikako Kawauchi)
화가로서의 그녀는...
1990년 생으로 올해 32살의 젊은 작가다. 붓질의 실력을 매우 중요시하는 타마 예술대학 (Tama Art University)의 유화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녀는 역시 실력파 아티스트들을 다수 보유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도쿄의 WAITINGROOM 갤러리 소속이다. 대학 졸업 전부터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에서 후원하는 Shiseido Art Egg의 작가로 발탁되고 WAITINGROOM 갤러리에 소속 작가가 되면서 학생 신분으로 일찍이 필~드에서 미술계를 몸소 체험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아직은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는 영광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지만 곧 그녀의 CV를 장식할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Colours in Summer, 전시회의 주요 작품
보통의 작가들은 대학교 졸전 때 나 그려볼까 말까 한 200호의 대작 넉 점을 포함하여 모두 35점이 발표되었다. 작품 가격은 얼마나 할라나~ 하고 오프닝 다음날 긴자 식스를 찾았건만 전시장을 빼곡히 메운 30점은 당당하게 레드 스티커를 붙이고 있고 나머지 소품(0호) 5점만이 추첨을 통한 판매를 위해 예비 컬렉터를 모집 중이다.
entier
1940 x 1620
oil on canvas
2021
이번 출품작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무시무시한 작품.
그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재규어의 머리를 기준으로 데칼코마니의 형상의 에네르기가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작품 전체에서 품기는 에너지와 무게감이 압도적이어서 사실 다른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기가 죽어 보인다.
카와우치 리카코의 작품들은 주로 바탕을 중첩하여 물감을 바른 후 선으로 그림에 형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생겨나는데, 거친 유화 물감 위를 내달리는 선의 경쾌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 작품은 핑크와 레드 그리고 화이트가 파도치는 환상적인 색감을 입고 있다. 그리고 선과 색감의 교합으로 형상화된 강렬함과 몽환을 바라보는 것의 즐거움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로는 어렵다"라는 말을 써먹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미래의 스타가 될 아이일까? 엄마(?)와 둘이 작품 한 점 한점씩을 한참을 바라보며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작품을 보는 것만큼이나 기분좋다.
VASE, BREAFAST, LUNCH,DINNER,STOMACH,UTERUS,HUMAN,GROUNG,LINE
1620 x 1303
oil on canvas
2021
이번 출품작들 중 비교적 밝은 톤의 색감을 하고 어찌 보면 약간 귀여운 팝아트 같아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은 사실 카와우치 리카코가 자신의 작품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 즉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창작 활동에의 동기부여를 하는 소재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다. 그녀는 음식, 동물 그리고 신체에 관심이 많고 궁극적으로 자신의 그림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도 이런 소재들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가끔 그녀의 작품에는 싱싱한 인간의 간이나 심장, 위 같은 신체 부위들이 둥둥 떠다니는데 "음식과 신체 부위", 그림에서처럼 "바나나와 심장"을 같이 놓고 바라보면 어째 좀 으스스~ 해지기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레드 스티커를 붙인 작품들은 전시회를 열기 이전에 그녀의 소속 갤러리인 WAITTINGROOM의 기존 컬렉터들에게 이미 사전 판매된 그림들이고 츠타야 전시를 위해 다소 특이한 방식의 작품을 선보였다. 일명 "스페사르 에디샨"작품으로 같은 소재의 이미지를 판화가 아닌 원화로 ed 20장씩 그려서 추첨을 통하여 작품을 판매하는 "에디션이 있는 원화"이다.
사이즈 18 x 14의 소품으로 한점의 가격이 ¥143,000이며 총 다섯 종류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5점 각각의 작품은...
정말이지 일본 미술 시장이 아니면 나오기 힘든 사이즈와 발상이 아닌가 싶다.
「tiger」
「Sky walker」
「vase」
《snake》
「Moon carrier」
1호도 아닌 0호 사이즈의 에디션이 있는 유화라니?
<동일 작품도 색상이 다를 수 있습니다>라고 여기저기 문구가 달려있는데 참 생소한 풍경이다.
7월 13일까지 응모를 받고 9월경 당첨자를 발표한다는데 응모 의사가 전혀 생겨나지 않는다.
Coyote
1167 x 970
oil on canvas
2021
카와우치 리카코, 그녀에서 "성공한 아티스트"라는 호칭은 살짝 오버하는 감이 있을 수 있지만...
2022 VOCA 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긴자 식스에서 전시회 오프닝 이전에 싹쓸이 판매를 완료한 채 화려한 개인전을 치르고 있으니 "주목을 걸쭉하게 받고 있는 신진 작가"라고 불러보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카와구치 리카코의 2022 개인전,
[여름의 빛깔들],
그녀의 작가로서의 삶은 얼마큼이나 화려한 빛깔을 품어낼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보아야겠다.
「도쿄 미술 수첩」
+ 작품 응모 방법
https://oil-form.bijutsutecho.com/rikakokawauchi2022/
+ 카와우치 리카코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ikakokawauchi/?hl=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