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수의 오이타현, 작은 시골 마을에 토모히로 타카하시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박한 마을의 소박한 집안에서 1996년 태어난 그는 태어난 마을의 풍경을 닮아 평범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장점을 샅샅이 뒤져 반드시 하나만이라도 찾아내자면 다른 아이들보다는 큰 체구이다. 기본적인 골격을 포함하여 손이며 머리며 튼실한 장딴지까지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머리 하나쯤은 더 위로 솟아있고, 통나무 같은 그의 체형은 곧 동네 중학교 야구부 코치의 눈에 띄어 제2의 이치로를 꿈꾸며 중학교로 진학하여는 곧 야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운동 감각도 있고 체력도 좋아 중학교 3년을 주전으로 활약한 토모히로 타카하시 선수는 고등학교로 진학하여서도 야구에 전념하며 점점 야구 인생의 세계로 한발 한발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최고가 아니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처절한 스포츠의 세계에서 시골 아이의 소박한 실력은 수많은 야구인 지망생들의 한여름밤 꿈처럼 서서히 빛을 잃어가게 된다. 다른 친구들은 프로로 혹은 유명 대학으로 일찍이 발탁이 되어 신이 나있을 무렵, 토모히로 선수는 매일 의기소침한 하루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운명에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서게 된다.
학교 미술 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토모히로짱 자네 미술 공부를 진지하게 해볼 생각 있나? 자네 소질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해서 어려서도 동네 미술 학원이라고는 구경도 못 해본 소박한 시골 학생은 그때부터 야구 배트를 내려놓고 취미가 아닌 삶을 위해 붓을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섯달 후의 미술 대학 입시에서 당당하게도 교토 조형 예술 대학(京都芸術大学大学院) 유화과에 입학하게 된다. 교토 조형 예술 대학은 나와 코헤이 Nawa Kohei라는 걸쭉한 스타 작가 겸 교수가 활약하면서 일본 미술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문턱이 높은 미술 대학이다. 단 5개월의 미술 공부로 야구 배트와 글러브를 대신해 물감과 캔버스를 손에 쥐게 된 그는 이후 6년을 그림에 매진에 어느덧 동 대학의 대학원 수료를 앞둔 예비 작가가 되었다.
하. 지. 만. 아티스트의 길이란 멀고도 험한 것. 배울 것은 다 배우고 학교를 떠나야 할 무렵 그는 인생의 험난함을 다시 한번 경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졸업전시를 앞두고 작품에 몰두하던 무렵, 일찌감치 붓을 꺾고 진로를 바꾼 친구들 틈에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그가 택한 길은 "미술 학원의 강사" 그것도 선배의 도움으로 어렵게 얻은 자리였다. 6년간의 예비 작가 생활은 그렇게 막을 내리고 그림 선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의 마지막 전시회가 될지도 모를 교토 조형 예술 대학 유화과 대학원의 졸업 전시회의 막이 오르고 토모히로 타카하시군은 여러 감정이 마음속에 뒤섞인 채로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린 그림을 들고 나선 졸업 전시회!
"자네 그림 참 마음에 드는군 내가 소장하고 싶은데 괜찮나?" 그 순간 그의 운명은 다시 시간을 되돌아 고교 3년생 때의 기적 같은 운명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기적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일본의 top 3 갤러리 중 한 곳인 타카 이시 갤러리(Taka Ishii Gallery)의 타카 이시 관장이였다.
그리고 졸업 후 1년 7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20대 후반의 토모히로 타카하시군은 무려 3년 치의 커미션 워크(150여 점)를 받아놓고 하루 12시간 이상을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요즘 행복한 고심에 한창이다. 도쿄에서의 개인전이 그것인데 "개인전 열어줄 테니 도쿄로 올래?" 하는 여러 곳의 갤러리들 중 최종 두 곳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3월 아트 페어 도쿄에서 토모히로군을 만난 후 4개월 만에 그를 교토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 마누라상과의 여름휴가는 아트 오사카에 참여 차, 12년 만에 찾는 교토를 묶어 교토 & 오사카 여행이었다. 이참에 교토에 있는 토모히로군을 만나 식사를 한번 대접하고 싶어서 묶고 있는 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맛나는 슈프만테를 곁들어 여섯 가지 코스 요리로 예비 스타를 모셨다.
여전히 소박한 시골 마을의 향기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있고 여전히 삐침 머리를 하고 나와서는 빡센 야구부 생활 6년이 아직 몸에 배어있는지 우리 부부를 야구부 코치라도 대하는 듯 연신 부동자세인 순수한 청년 화가. 2022년 들어 그림을 그리지 않고 휴식을 취한 날이 딱 사흘이라니!! 다소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그의 행복한 고민을 들어보니 두 곳 모두 첫 개인전을 열기로는 손색이 없는, 아니 다른 어린 작가들이 들으면 눈물을 흘리며 부러워할 유명 갤러리들이다. 한 곳은 요즘 한창 잘나가는 신흥 갤러리로 금융권 출신 젊은 디렉터가 젊은 작가들과 컬렉터를 대상으로 하는 멋들어진 전시장을 가지고 있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굴직한 1군 갤러리로 내가 존경하는 한 영국 작가의 일본 내 에이전시로도 유명하며 물론 유명한 일본 작가도 여럿 보유하고 있는 전통의 강호다.
나는 식사 내내 후자의 장점을 은근히 강조하며 어린 작가님에게 은근 프레스를 주어보았다. 선택은 그의 몫이지만 그를 아끼는 소장가로서 그에게 수다스러운 충고를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식당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찍고는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그가 쭈핏쭈핏하며 뒷주머니에서 낡은 천 지갑을 꺼내 보이며 "식사비는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하며 물어보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재미나던지 큰 소리로 웃으며 다이조브를 연발했다.
예비스타와의 즐거운 시간, 토모히로군 앞으로 좋은 작가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tomo.hiro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