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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Jan 10. 2022

아쉬운 홍콩, 이념에 사라지는 예술들

홍콩 M+뮤지엄, 세계적인 아티스트 아이 웨이웨이에 철퇴


artnet news 기사를 읽다 보니 '저것들이 그럼 그렇지'하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본다.


멸공과 반공

나는 국민학교 시절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하는 조회 때면 선생님들의 구령에 맞추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멸공, 반공"을 외쳐대야만 했다. 그리고 가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하며 울부짖다 입이 찢겨 죽었다는 이승복의 영화와 이야기들을 일 년에 한 번씩은 보고 들었던 것 같다.

내가 다니던 재동 국민학교는 청와대와 가까운 곳이어서인지, 이런 프로파고다적인 교육의 시험장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맹목적인 시간들 후 35년이 넘은 시간이 지나 멸공과 반공의 뜻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지금, “나는 아직 멸공이고 반공이다.”


중경삼림 속 낭만적인 홍콩은 더이상 없다.

홍콩은 이국적인 매력과 낭만 그리고 식도락이 있는 곳이어서 좋다, 아니 좋았다.

또한 그곳은 현대미술의 아시아 허브로서 매년 열리는 아트 바젤 홍콩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과 딜러, 컬렉터가 활동하는 곳이며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세계적 아트 옥션회사의 미술품 경매가 열리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나도 ART HK가 아트 바젤에 편입된 2013년부터 업무차,여행차 여러 번 홍콩을 찾았는데 당시 홍콩의 매력에 푹 빠져 도쿄와 함께 마음속에 담아두는 도시로 홍콩을 뽑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시작된 홍콩 시위가 점차 중국 공산당에 무력화되면서 사라져 가는 홍콩의 모습을 접하는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머 언젠가는 닥칠일이였지만)

홍콩 보안법 제정 1년 후 반중 매체인 빈과 일보가 강제 폐간되었으며, 100명 이상이 이념적 이유로 체포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국을 버리고 영국, 대만으로 망명과 다름없는 이주를 하고있다. 이쯤 되면 붉은 중국 본토와 다를 게 없는 나라다.



M+ Museum  / 사진 - archdaily.com

붉게 물드는 홍콩의 예술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통제와 규제, 감시는 문화 예술계에도 서서히 번져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작년말 개장한 홍콩의 M+ 뮤지엄, "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비주얼 컨템퍼러리 뮤지엄"을 지향하는 이 미술관은 전시실 33개, 연면적 65,000평방미터에 18층 규모의 건물로 초대형 미술관이다. 계획 당시부터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받아오던 이곳에서 최근 자신들 웹사이트에 개제 된 소장작품의 리스트를 정부의 검열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하나 숙청해나가고 개관 전시에서도 제외 시켰다.


대표적인 작가가 세계적인 예술가인 중국의 아이 웨이웨이 Ai Wei Wei다. 평소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그는 작품으로 이를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1995년부터 그가 작업해오고 있는 Study of Perspective 중 천안문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검열의 대상이되어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유명 작품은 M+뮤지엄 웹사이트 소장품 리스트에서 제외되었으며 뮤지엄의 개관전에도 전시가 금지되었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건 이 작품은 전 주중 스위스 대사이자 아트 컬렉터인 Uli Sigg 씨가 M+뮤지엄에서의 전시를 조건으로 기증한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기증은 받아놓고 작품은 전시를 안 한다니 하는짖이 늘 그렇듯 꽤 양아치스럽다.

아이 웨이웨이 외에도 정치적 이유로 대만으로 망명한 Kacey Wong 작품들도 같은 처지에 했다니 뮤지엄인지 선동관이라 이름을 바꿔도 좋겠다.


또한 아이웨이웨이의 Credit Suisse 은행 계좌가 일방적으로 동결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야기인데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스위스 은행들도 무지막지한 중국의 빨간 파워 앞에서는 깨갱 인가 보다.


"M+는 서양의 주요 현대 미술관과 비교할 때 매우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우리의  다학제적인 컨템퍼러리 컬렉션은 아시아를 기반으로 하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컬렉션입니다."


Doryun Chong이라는 엠 프러스 뮤지엄의 부관장이 했다는 말인데, 정말 세계 어디어서도 볼 수 없는 검열된 컬렉션이란 측면에서는 굉장히 신빙성이 있는 발언이다.


안녕 홍콩!

아마도 내가 붉은 홍콩을 다시 찾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맛있는 딤섬과 휘궈, 홍등으로 불을 밝히던 이국적 밤거리와 중경삼림의 낭만으로 내게 남아있던 도시,

홍콩이여 안녕!






# artnet news

https://news.artnet.com/opinion/ai-weiwei-credit-suisse-m-museum-200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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