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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Dec 24. 2021

생맥주의 청량감 같은 작가, 메구루 야마구치

아트 컬렉션



PROMINENCE NO. 1


30 x 26.9 x 12.8

Acrylic resin

2021 / ED: 33


처음 메구루 야마구치라는 이름을 접한 것은 3년 전 SBI Auction의 하라주쿠 프리뷰에서였다. 당시 키네 KYNE의 개인전을 방불케 하는 옥션이었는데 일러스트나 서브컬처 작품들이 아직 낯설던 나는 그저 만화 같은 키네 작품이 바람따라 왔다가는 미술 시장의 유행이라고 마누라상에게 누차 얘기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키네는 유행이 아니라 일본 서브컬처의 아이콘이며 일러스트 아트를 대변하는 어떤 플랫폼스러운 존재가 되었다.(지금도 내 취향이 아니지만...)

당시 F50호의 원화가 약 5천만 원에 거래되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비슷한 작품들이 2억 5천만 원 정도 하니, "나는 투자성만을 생각하는 컬렉터는 아냐" 하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보아도, 눈앞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알아보지 못한 나의 눈썰미를 키네의 여인이 비웃는듯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당시 키네라는 루키의 작품 중 한 점이 메구루 야마구치와의 콜라보 작품이었는데 이때 그의 이름을 처음 접했다. 물론 이 작품도 추정가의 1000%를 육박하여 거래가 되어 헉! 했던 기억이 난다.


메구루는 뉴욕에서 활동하던 탓에 그의 전시회는 가볼 수 없었지만, 일본 옥션의 단골 출품작이어서 옥션 프리뷰에 가면 항상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자주 보면 싫증 나는 작품들이 있곤 하는데, 시원한 필체의 메구루의 작품은 눈 익을수록 매력이 느껴졌다. 뭔가 거침없이 달리는 속도감이랄까.


그리고 한 점쯤 소장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여름, 기다리던 메구루 야마구치의 개인전이 열려 옥션장이 아닌 곳에서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처음 본 그의 개인전  「LISTEN TO THE SOLITUDE」는 무더운 여름날 충분히 시원한 병맥주를 길게 한 모금 넘길 때와 같은 그런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붓의 스트로크와 색으로 세상에 나온 형상들이 메구루 야마구치가 지정해놓은 구역 안에 제각각 틀어앉아 "출발!"의 구호만을 기다리고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품은 유기체처럼 다가왔다.


메구루 아먀구치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경계와 틀에 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회화의 확장"

전시는 대형 회화 작품과 사진 콜라보, 그리고 그의 첫 조형작품으로 기획되었는데 이 중 에디션 33의 조형물 한 점을 소장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의 스승인 토모카즈 마츠야먀에게서 매너와 삶까지 배웠는지 자신의 어시스트들을 무지하게 아끼며 뉴욕에서 멋진 아티스트의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경계와 틀을 넘어서 승승장구하는 그의 소식이 자주 들려왔으면 좋겠다.



2021년 8월 긴자 식스에서의 개인전

https://blog.naver.com/3mastokyo/222492309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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