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하루 시오타 같은 설치작가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몰이를 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설치작품들은 컬렉터들의 집에 들이는 것이 쉽지 않으니, 그저 미술관이나 뮤지엄에서나 관람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물론, 가끔은 이와 같은 제약을 넘어 대중적인 빅스타가 탄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한번 흥행몰이를 시작하면 회화 작가들을 뛰어넘는 속도가 붙기도 하는데 이는 모리 미술관 전시 같은 블록버스터 전시를 통해 가능해지게 된다.
초대형 설치와 전시는 미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기분 좋은 눈요깃거리가 되어 기쁨을 가져다주고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회화에 비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멋진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의 멋진 포스팅을 위한 성공적인 배경이 되는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미술 애호가가 아니어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기꺼이 전시장을 찾게 한다.
그녀를 스타로 등극시킨 2019년 도쿄 모리 미술관의 전시는 말 그대로 대박을 터드렸다. 하루 평균 5천 명이라는 관람객들이 찾아 넉 달간 총 관람객 60만 명이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나 역시 이 전시를 찾아 당시 전시 제목인 "영혼의 전율 "(The Soul Trembles) 그대로 관람 내내 전율을 몸에 달고 두 시간여를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때 내가 전시를 보며 감탄하고 황홀해했던 것은 그녀의 작품이 담고 있는 영혼이나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아닌 그저 입이 떡 벌어지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엄청난 볼거리였다.
탁월한 비주얼 효과
이런 맥락에서 치하루 시오타가 옥션 시장을 포함한 세컨더리 마켓에서까지 분주히 거래되고 있는 데에는 그녀의 깊은 작품성과 메시지보다는 대중에게 어필하는 비주얼 효과가 탁월하다는데 기반을 두고 있다 할만하다.
그녀의 전시를 찾는 대부분의 관람객들(나 역시)에게 아름답고 우아한 실타래가 '죽음과 삶의 연속'이라던가,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 있는가', '안 밖의 경계, 피부의 확장'과 같이 평론가들과 미술지에서 분주하게 이야기하는 내용보다는 처음 접하는 엄청난 눈요기가 좋고 재미난 것이다.
발 빠른 평면 작업으로의 전환
한편 시오타 치하루는 '영혼의 전율' 전시 다음 해인 2020년부터 그녀의 전속 갤러리인 캔지 타키 갤러리 Kenji Taki Gallery를 통해 드로잉과 판화 작품을 부지런히 발표하게 되는데, 모리 미술관 전시의 흥행 대박의 관심은 그녀의 평면 작품들로 연결되어 발매와 동시에 모든 작품이 날게 돋치듯 팔려나가게 된다. (2020이전에도 평면,소형 설치 작품 다수 제작)
그리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옥션 마켓에서까지 활발하게 거래가 되기 시작했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가 이끌고 있는 미술시장에서 그녀의 대형 전시를 다녀간 젊은 컬렉터들이 작품 컬렉션에 나섰다는 것도 짐작해 볼 만하다.
사실 대부분의 설치작가들이 소작업화 내지 평면 작업화를 시도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시오타 치하루의 경우, 적절한 타이밍에 꽤 그럴듯한 콘텐츠를 발표하며 자신의 인기를 이어나가는데 성공했다.
그녀의 인기는 일본은 물론이고 홍콩, 중화권을 넘어 한국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도쿄에서는 두 곳에서 그녀의 평면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신주쿠에 위치한 캔지 타키 갤러리의 도쿄 지점에서는 작은 설치 작품이 전시 중이라 하여 조만간 다녀올 계획이다. 그녀가 초대형 작품을 어떻게 갤러리 안으로 옮겨놓았을지 실제 작품을 보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
죽음과의 투쟁에서 당당히 승리한 후, 삶과 죽음 그리고 영혼에 관해 노래하고 있는 치하루 시오타의 삶과 성공한 작가로의 데뷔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