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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Sep 15. 2021

5억 원 작품가 작가의 조용한 증발

일본 미술 시장


일본 팝 아트 인기 작가 TIDE(이데 타츠히로), 인스타그램 포스팅 삭제 후 잠적 & 갓 문을 연 소속 갤러리도 사요나라~



6년 전 TIDE의 사진. 작가명이 하필 세제 브랜드일까?


아트 옥션 시장에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등장하는가 하면 잘 나가던 작가의 작품 가격이 뚝뚝 떨어지다 결국은 유찰 되어 찬밥 신세가 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아트 옥션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는 자율경쟁 시장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다 보니 가끔 '작전'도 등장한다. '가끔'이라고 하기에는 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기도 하고...


* 수상한 냄새가 풍겨 나기 시작하다.

쿠사마 야요이의 수석 큐레이터인 M 상 내외와 부부 동반으로 신오쿠보 강호동 치킨에서 소맥을 한 후 가부키초의 바에서 2차를 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생각이 나서 당시 일본의 옥션 시장 및 미술 관련 잡지에 자주 등장하던 TIDE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마침 얼마 전 있었던 SBI Auction에서 무명인 그의 작품이 최고 추정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 되었을 때였다. 내가 M 상에게 TIDE 작품과 낙찰 결과를 보여주니 그녀는 물론이고 일본 유명 주간지의 기자인 남편도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듣도 보도 못한 작가인데 먼가 쿠사시이(냄새가 난다)"고하며 미술 시장의 어둠의 세력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TIDE의 수상한 그림은 내게 매력적이지도 않고 나의 관심 분야 밖의 그림이어서 이후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일본 옥션의 결과를 들여다볼 때마다 놀~라운 기적(?)에 웃음만 나왔다. 이후 그의 작품은 최고 추정가의 15배, 20배, 급기야는 30배(2020년 10월)를 뛰어넘는 가격에 낙찰되어 화제의 작가가 되었다.



* 일본 아트 옥션 역사를 새로 쓴 TIDE의 증발

그리고 2021년 9월 현재, 그의 소속 갤러리인 Common Gallery는 돌연 문을 닫고 사라졌으며 작가 TIDE는 인스타의 포스팅을 한 점만 남긴 채 모두 삭제하고 역시 잠적하였다.


조금 시간을 되돌려 2020년 10월로 돌아가 보면, 도쿄 진구마에에 생소한 갤러리가 오픈을 하면서 TIDE의 개인전을 연다는 광고가 올라왔었다. 당시 TIDE에 관한 정보가 일본 미술시장에 매우 미미했으며 개인전 한번 치른 적이 없던 터라 "도대체 머지?"하여 전시회를 가보고자 하였으나 갤러리가 전화도 안 받아, 이메일 회신도 없길래 "왠 센 척 들이지" 하며 넘겨 버린 적이 있었다.


 재미난 것은 개인전의 오픈 일자인데, 10월 2일로 옥션 바로 전날이었다. 개인전 오픈 일은 2일, 옥션 일자는 3일로 하루 차이였는데 개인전 오픈 당시 모든 작품이 이미 판매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포장된 작품은 뒷북을 치며 달려든 묻지 마!! 컬렉터들의 치열한 경합 속에 5억이라는 벙~찌는 가격에 낙찰이 된다.



* TIDE의 과거는?

대부분의 수상한 사람들이 그렇듯 TIDE도 과거에 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심지어 작가의 CV에도 학력조차 나와있지 않다.


야후 재팬을 검색해보니 2014년 일러스트 잡지에 실린 그의 인터뷰가 있는데 이것이 거의 유일한 그의 과거 정보인듯하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 1984년 시즈오카 출생

· 시즈오카 야마나시 대학 영문학과 입학

· 휴학 - 1년간 호주 여행 - 심심해서 연필그림을 그려봄 - 호주 사람들이 좋아해서 그림을 팔아 여행 경비 충당

· 귀국 후 졸업 - 방황 - 상경 - 아르바이트 생활 - 시즈오카로 돌아가 개인전(장소 시기 알 수 없음)

· 일러스트 작가가 되기로 결심 - 프리랜서로 활동


ㅎㅎ 그림 팔아 호주를 떠돌며 1년간 여행을 했다? 소설 같은 이야기 군...



* TIDE, 어디로?


2020년 도쿄 아트 페어와 당시 출품된 TIDE의 작품들


그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20년 도쿄 아트페어에서였다. 당시 커먼 갤러리는 대형 규모의 부스를 설치하고 TIDE의 작품으로 도배를 하였는데.... 세상에나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가 졸작이었다. 엄청 시간에 쫓겨 작품을 만든 듯 군데군데 붓질이 벗어나 있고 색은 겹치고 섞여 억대의 그림들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고등학교 미술반 정기 전시회만도 못한 작품들을 보고 당시 생각했었다.


'이 정도면 수상한 냄새가 솔솔 나는 수준이 아니라 악취다. 곧 먼일 터지겠군'


그리고 그의 소속 갤러리와 함께 돌연 그가 사라졌다. TIDE 세제로 세탁 후 사라진 얼룩처럼 깨끗이 살아졌다.

TIDE 작품을 고액에 소장하게 된 묻지 마!! 소장가들은 어쩐담!


미술 투자도 엄연한 투자! 작가의 이력과 소속 갤러리의 신빙성은 기본.

널리고 널린 1차 시장은 무시하고 프리미엄을 지불해가며 옥션과 같은 2차 시장에만 매달려서야 어디 가서 컬렉터라고 얘기하기가 좀 민망하지 않을까.


작품은 작가의 혼이 깃든 생물(生物), 집에 걸어 놓고 함께 지내기에 어울리는 작품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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