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국심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가뭄에 콩 나듯 대~한민국이 생각날 때가 있다.
가장 자주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여자골프 LPGA를 볼 때다. 리오 올림픽에서의 박인비 선수 금메달 라운드는 눈물을 글썽이며 보았고, 올해 고진영 선수의 CME Group 때는 만세를 외치고 싶었다. 작디작은 나라에서 세계 여자 골프계를 호령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두 번째는 남자도, 여자도, 게이도, 레즈비언도 모두가 사랑하는 DJ 페기구 Peggy Gou다.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 두터운 광팬층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실신하기 직전의 관중들을 모아놓고 "Starry Night"를 믹싱 하면 수백 명의 노란 머리 코쟁이들이 한국말로 "이제 알 것 같아~"를 떼창 한다.
멋진 페기 구! 내년에는 도쿄 공연이 잡히려나 학수고대하고 있다.
마지막은 이우환 화백의 소식을 접할 때이다. 이번에는 도쿄 여행의 필수 코스인 도쿄 국립 신 미술관(Tokyo National Art Center)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내년은 도쿄 신국립 미술관이 15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인데, 이를 축하하는 특별 전시의 주인공으로 이우환 화백을 선택했다.
도쿄 국립 신 미술관 15주년 기념 특별전, 이우환 개인전은 내년 2022년 8월 10일부터 11월 7일까지 석 달간이다. 이우환의 첫 도쿄 뮤지엄 전시가 될 이 전시는 그의 80년 예술 세계의 모든 것을 망라한 작품을 선보인다고 한다. Monoha의 시초가 된 이우환의 초창기 작품들을 비롯하여 조각의 콘셉트를 바꾸어 놓은 Relatum 시리즈, 그리고 고요한 리듬을 평면에 표현하는 고도의 심적 회화 작품들과 신작들까지 초대형 블록버스터 전시가 될 것이라고 도쿄 신국립 미술관 측은 발표했다.
이 기사를 접하니 "와~ 역시 이우환" 하면서도 10여 년 전 베니스 비엔날레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아트투어를 인솔하시던 유명한 평론가분의 말씀이...
"한국 사람들 백남준 선생이 대단하다, 훌륭하다 말들만 해대지 그분을 대우했던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곳 베니스에 백 선생이 오시면 베니스 시장이 레드 카펫을 깔고 나와 영접을 하곤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그의 가치와 위대함을 고마워하던 사람들이 얼마 없었던 게 참 안타깝습니다."
이우환 화백에게 "당신은 일본인이냐? 왜 한국이 아닌 프랑스 아를 Arles에 뮤지엄을 짓느냐? 작품 기증을 한국에 안 하고 왜 외국에 하느냐? 하는 "국뽕"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기회가 되면 내년 도쿄 신국립 미술관에서 이우환 화백의 전시를 보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지면 좋겠다.
내년 작렬하는 도쿄의 한여름 태양 아래서 펼쳐질, 태양보다 열정적인 그의 작품들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관련 기사 - https://bijutsutecho.com/magazine/news/exhibition/24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