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중 울리는 휴대폰 알림 소리, 생산부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하여 다들 고생했고, 견뎌줘서 고맙고, 8월 초 휴가 이후 전원 정상 출근하라는 내용. 어느 정도 이리될 걸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더 마음이 놓인다. 지루하게 은행과 줄다리기하던 대출 문제도 잘 해결돼서 곧 지급받는다는 소식까지 며칠 전에 들었던지라 확실히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빈 손으로 휴가 가진 않겠구나.
7월 중순부터 생산라인들이 속속 정상화되면서 매출도 회복되는 추세. 8월부터는 공장 전체가 뜨겁게 달궈지겠구나. 누구는 일을 하고 누구는 집에서 쉬고, 누구는 출근했다가 몇 시간 일도 못하고 퇴근하고, 누구는 집에서 놀면서 돈도 받고. 서로에 대한 시기와 불신이 팽배했던 지난 휴무 기간이었다. 당장 회사가 정상궤도로 진입하는 건 아닐 테지만, 이 뒤숭숭했던 분위기라도 이제 걷어낼 수 있단 것만으로도 기쁘게 받아들이는 상황.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자동차 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를 어떻게 돌파해 가느냐가 조금은 연장된 것으로 보이는 이 작은 공장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다. 누구도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더 어려워지기 전에, 나이 먹기 전에, 회사 망하기 전에 다른 뭔가를 해야 된다지만, 아무도 이 곳에서 발을 빼지 못한다. 안 어려운 곳이 없고, 나이 안 먹은 사람이 없다. 그나마 아직 버티고 선 이 공장에 모두가 자신의 삶을 기대고 있을 뿐.
내일부터 5일 동안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몇몇 동료들은 4월부터 쉬고 있어 별 의미도 없겠다. 그나마 입금된 소액의 휴가비에 실감을 하려나? 어쨌든 다행이다. 사실 이 푼돈도 못 받고 휴가라고 쉬게 하려나 내심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꾸역꾸역 어떻게든 굴러간다. 그래도 이 지역 바닥에서 몇십 년 버텨온 저력이란 게 있긴 있나 보다면서 우리끼리도 신기해할 정도. 그리고 휴가가 끝나면 이제 모두가 이 곳으로, 일터로 돌아온다.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공장의 밤, 자신의 기계 앞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이들에게 부디 이번 휴가가 더 특별하고 행복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