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태풍과 마이삭 태풍의 차이

장소가 다르다.

by 치유빛 사빈 작가

지금 시간은 9월 3일 새벽 1시 5분

친정집의 앞 베란다 창문과 현관문이 흔들린다. 바람이 거세질 때마다 아파트는 흔들리고 바람소리는 매섭다.

늦은 낮잠으로 밤 10시에 일어난 아이는 새벽에 놀다 바람소리와 아파트 흔들리는 소리에 기겁을 했고 내 곁으로 다가온다.


"엄마! 언제까지 바람소리가 나는 거야!"


"응! 태풍이 다 지나가야 해!"


무슨 뜻인지 모르는 44개월 5살 꼬마 대통령님.

힘찬 바람소리와 아파트 문들이 흔들리는 소리를 처음 경험한 늦둥이 꼬마 대통령님.

2020 마이삭 태풍은 2003년 매미와 흡사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사람과 장소가 다르다.


2003년 매미가 찾아올 때는 차디찬 병원 침대에 누워 바람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다만, 날아다니는 간판과 쓰레기들이 두 눈 시야에 들어왔다. 입원실에서 바라보던 산은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매미 태풍으로 인해 응급환자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 곁에는 또 다른 환자와 그 보호자뿐.

홀로 병상을 지키며 병원 큰 창문으로 심각한 태풍의 존재를 확인한다.

티브이를 보다 창문을 쳐다본다. 위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창문을 보지만 알수가 없다.

나 홀로 지나가는 태풍 모습을 지켜보며 쓸쓸했다. 신혼집은 잘 견디고 있을까? 신혼집은 고층이라 베란다 창문을 잘 있을까? 무슨 일은 생기지 않았을까? 남편은 잘 있을까? 병상에서도 집을 걱정했다. 남편을 걱정했다.

하지만 남편은 나를 걱정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생긴 집이 어찌 될까? 집을 지키고 있다.

결국 매미의 위력에 우리집은 무너졌다. 그 일로 남편은 며칠째 병원에 오지 않는다.


친정엄마 역시 오지 않았다. 오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홀로 병상에서 지켜보던 매미는 나에게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 태풍 소리도 바람 소리도 문이 흔들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병원은 환자를 위해 고요했다. 불안을 조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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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7년 만에 찾아온 매미 태풍과 유사한 마이삭 태풍의 소식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매미 때의 위력을 느끼겠구나! 불안보단 추억을 회상한다.

가슴 아팠던 추억을 꺼내기란 용기가 필요하다. 이 또한 또다른 추억이 될거라는 믿음으로 추억상자를 열어본다. 아픈 추억이 있기에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지도.

새벽 1시 30분을 향하는 시곗바늘. 거세지는 바람과 비.

내 곁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와 매미 때 곁에 없던 친정엄마가 계신다.

그리고 편안한 집에서 거세지는 태풍을 맞이한다.


이거 또한 추억이겠지!

이거 또한 나만의 글감이 되겠지!


몇 년이 흘러 이 글을 꺼내 보면 새로운 감정이 생길지도..

몇 년 후 마이삭보다 위력이 대단한 태풍이 온다면 나의 성장과 아이의 성장이 어디쯤 일까?

궁금하다!


17년 만에 찾아온 매미급 태풍 마이삭.

그때보단 건강을 찾았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매일 행복해하며 살고 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방구석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 이 태풍 또한 지나가리!

위기는 기회가 되어 나를 웃게 해 줄 거라는 강한 믿음은 17년 전 매미 태풍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17년 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저 세상 사람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강한 태풍 마이삭이 찾아와도 행복하다! 집이 무너질듯한 비바람, 강한 바람도 두렵지 않을 만큼 성장했기에,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랑스러운 아이와 의지하는 엄마가 있기에 조용히 글을 써 내려간다.


2020년 9월 3일 새벽 2시

낮 사람님 피아노 선율에 몸을 맡기며 강한 마이삭 태풍을 맞이하는 지금 살고 있는 맛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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