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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24. 2021

여행은 곧 나를 안다

나를 사랑하니 세상이 온통 꽃으로 보인다

45년이라는 세월 속에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

'나'를 모르니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것을 모르며 살았다. 그렇게 살아야 할 거 같아 나를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남이 좋아하는 거, 남을 위해 살았다.


하지만,

불의로 인해 작년 힘겨운 일들을 대면하면서 더는 아프지 말라는 우주의 경고를 받았다.

너를 버리면 크나큰 벌을 주겠다는 선포라고 생각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힘들고 지치는 일들이 사방팔방에 놓일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찾기 전에 나를 사랑하는 일을 먼저 했다. 몸 구석구석 아픈 곳은 없는지, 무의식 속에 놓치고 말았던 일은 없는지 되새김질했다.


의식과 무의식을 오고 가며 아픈 곳을 챙기고 앞에 놓은 일을 당당하게 처리했다. 무섭고 두렵다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다독였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고 나를 사랑하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눈으로 마음으로 보였고 느껴졌다.




지금은,
최고의 선택은 뭘까?



바로,

아프지 않은 거. 건강해야 한다는 거.


매일 밤, 엄마가 아픈지 아프지 않은지 체크하는 아이를 위해 아이에게 무거운 짐을 양어깨에 짐을 줄 수 없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몇 배로 나를 사랑하고 나를 돌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후, 내가 조금씩 보였다.


다양한 커피 향을 즐겼고,

불멍을 좋아하는 나를 발견했다. 캠핑장을 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집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캔들로 새벽마다 불멍을 했다.


다양한 꽃을 한 아름 품에 안고 있는 나는 행복을 감출 수 없었다.


다양한 동네를 탐방하는 나를 발견하며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부산이라는 고향을 가진 내가 자랑스러웠다. 어릴 때 부산은 싫었다. 힘겨웠고 고통스러웠기에..


지금은 어릴 적 고통과 힘겨움을 온전히 바라보며 홀로 우는 아이를 다독인다. 그래서 그럴까? 이제는 부산이 참 좋다. 바다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볼 수 있는 바다 근처에 살고 있고 산이 보고 싶으면 가까운 산에 오르면 된다.




낭만이 있고,

여유가 있고,

힐링이 있고,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그리고 부모가 있고,

형제자매가 있는 이 곳 부산은 나를 죽이고 살렸다.




나를 알았으니, 열심히 돌보며 사랑하면, 아이도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겠지!

나를 사랑했으니, 열심히 사랑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찾다 보면, 아이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자신을 들어내고 살아가겠지!


아이만큼은 나와 같은 상황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죽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비극에 비극을 낳지 않도록 지금 내가 나를 챙기며 사랑하면 된다.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구분 짓고 하늘을 날듯한 벅찬 감동의 일을 찾아 세상을 살아간다.



검은색을 혐오한 나를 발견했다. 마음이 어두워 검은색을 밀어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만 찾아 입고 바라보았다. 이제는 아니다. 나를 찾고 나를 알아버린 지금 검은색을 사랑하는 나를 발견했다. 검은색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 멋스러운지 몰랐다.


멋쟁이가 되는 지금,

검은색을 사랑하게 되었다.




어둡고 캄캄한 세상에서 벗어나 밝고 화려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더는 화려한 색이 필요 없다.

내가 나를 잘 알아야 상대가 나를 알아본다는 걸,

배우고 실천하고 습관을 실행하다 보면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알아차린다.










커피, 캔들, 책, 글, 꽃, 검은색, 부산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비로소 내가 나를 알고 돌보기에 가능했고 내가 나를 사랑했기에 알게 된 것이다.



앞으로, 나를 찾는 일은 습관처럼,

앞으로, 나를 돌보는 일은 습관처럼,

앞으로, 나를 사랑하는 일은 습관처럼,

앞으로, 내가 즐기고 좋아하는 일을 상대에게 맡기지 말 것이다.


커피를 사랑하면서 비로소 향을 알게 되었고

꽃을 사랑하면서 비로소 내가 보였고

책을 사랑하면서 비로소 나를 알았고

글을 사랑하면서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자신을 돌보는 일을 알게 되었다.


검은색을 좋아하면서 비로소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났고

캔들을 좋아하면서 비로소 불멍으로 새로운 생각을 하고

부산을 좋아하면서 비로소 먼 거리에 있는 아름다움보다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았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가까운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나에게,

여행은 나를 찾고 나를 돌보고 나를 사랑하면서 시작되었다.





여행은 곧 나를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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