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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26. 2021

나에게 고추와 부추장아찌란? 삼겹살과 함께하기

새로운 맛을 안 12년 전 지인에게 감사하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장아찌류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이기에 삼겹살집이나 고깃집에서 주는 장아찌류를 먹지 않았다. 33살까지 편식이라고 하면 편식을 했다. 가리는  음식이 많았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는 시절에는 야채류를 거의 먹지 않고 골라냈다. 안 넘어가는 걸 꾸역꾸역 먹기보다 밥 굶는 것을 선택했다. 그 정도로 먹기 싫은 음식을 멀리했다.


그러나 결혼 후 음식을 직접 하면서 야채를 넣지 않은 음식은 정말 매력이 없었다. 감칠맛이 나지 않았다. 대파와 양파를 넣는 순간 감칠맛은 기본이고 풍미를 느끼게 했다.


그렇게 엄마 요리에서 벗어나 직접 요리를 하면서 야채를 접했다. 양파와 대파를 끓이면 달짝지근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하나둘 배워가며 요리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장아찌류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같은 아파트는 아니지만 우연히 알게 된 큰아이 친구의 엄마와 친해지면서 친구 엄마 집에 초대를 받았다. 매번 우리 집에서 밥을 먹고 놀다 간 그 엄마는 미안한지 자신의 집에 모녀를 불렀다. 누추하다고 말을 했다. 곧 이사 가기 위해 임시로 와 있던 허름한 집이었다. 내가 살던 곳은 시골과 마찬가지였다.


20년 전 그 동네는 논밭이 많았고 매년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런 곳에 아주 작은 집에서 가족이 살고 있었다.

친구 집에서 얻어먹었던 고추장아찌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입맛 까다로운 나에게 다가온 고추장아찌..

그 친구는 삼겹살을 구웠다. 맞벌이하는 엄마는 오후에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점심을 먹기 위해 12시에 친구 집에 도착하니 친구는 삼겹살을 구웠고 자신의 고모가 보내 준 장아찌를 꺼냈다.


"언니, 삼겹살은 고추장아찌와 먹으면 느끼함이 덜해. 한번 먹어봐!"


그 친구 말에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서 상큼함과 함께 매콤한 맛이 온 입안을 적셨다. 친구는 장아찌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고 했다. 결국, 검색했다.


장이 서는 날 청양고추와 일반 고추를 한 아름 안고 장아찌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추로만 장아찌를 만드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나보다 연배가 높은 아줌마들에게 무장아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직접 만든 고추장아찌는 매년 만들어 김치냉장고에 넣어둔다. 여름에 만들어 놓으면 1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었다.



주부 고수가 되어가자 양파 장아찌, 부추장아찌까지 만들며 고깃집 부럽지 않게 다양한 장아찌류를 먹을 수 있었다.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빠지지 않고 식탁 위에 올라오는 장아찌류.


고기를 자주 접하다 보니 장아찌 없는 삼겹살은 죽음과 같은 맛이었다. 부추장아찌는 부추 요리하다 남은 재료로  만든다.


간장:설탕:식초:물을 넣고 끓이면 된다. 팔팔 끓는 양념을 부추가 있는 그릇에 붓고 하루 이틀 지난 후 양념을 한번 더 끓여준다. 이 일을 3번 정도 하면 감칠맛 나는 장아찌류 소스가 만들어진다.


배합은 1:1:0.5:1로 하면 좋다. 나 같은 경우는 1:1:1:1로 하지만 신맛이 싫다면 앞 비율로 하면 딱 좋다. 음식은 정답이 없다. 끓여보고 맛이 덜한 양념을 더 추가하면 된다.  집에는 부추장아찌만 있다. 고추 장아찌를 안 만든 지 1년이 넘었다. 곧 고추가 많이 나올 테니 내가 먹을 1년 치 양으로 장아찌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밖에서 하는 음식,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이 자신감은 주부로 살아온  20년이 되니 자신감도 생기고 두려움이 사라졌다. 한식은 간장 설탕 다진 마늘 참기름만 있으면 맛을 낼 수 있으니깐. 여기에 고춧가루, 고추장 등 부수적인 양념으로 감칠맛을 내면 된다.


수없이 실패하고 반복하다 보면 실패한 음식은 아주 멋진 음식으로 변신하게 된다. 나만의 레시피가 된다는 것이다. 밖에 음식을 먹고 스스로 만든다. 요리 방송을 보면 그대로 따라 한다. 그러다 내가 원하는 맛을 찾기 위해 집에 있는 소스류로 만든다. 그러면 나만의 레시피가 된다.


요리는 과학이고 창작이라는 걸 기억하자.


고추장아찌, 부추장아찌, 양파장아찌, 마늘장아찌, 마늘종 장아찌 등 보기만 하면 다 만들 수 있다.

삼겹살과 함께 하는 장아찌는 까다로운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14년 전 동거 동락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깐. 여름만 오면 장아찌류 담기 바쁘다. 제철 음식이 나오면 음식 하기 바빴다.



잔파가 많이 나오면 파김치를 담고, 장아찌도 담는다.

요즘은 대파가 금파이지만 대파가 많은 해는 파 기름을 만들고 대파 김치를 만들었다.


한 가지 음식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나는 요리에 자부한다. 요리 천재다. 친정엄마도 나에게 배워 만들 때도 있으니깐. 요리는 우리 집을 대변하고 우리 마음을 희로애락을 만들어준다.


오늘 저녁 장아찌류와 함께 앞다리살이나 삼겹살 목살을 구워 먹어야겠다. 즐거운 주말이니깐. 여유로운 주말이니깐, 힐링하는 주말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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