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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r 31. 2021

집밥에는 육수가 필수잖아! 몰라? 알아?

우리 집은채수가 필수가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대용량으로 육수를 끓이기 시작한 것이...


아이가 편식하기 시작할 때부터 대용량 육수를 끓여 소분으로 나누면 보름 정도는 편안하게 집밥을 할 수 있었던 편리함을 물리칠 수 없었다.


엄마를 성장시키려 온 존재 자체로 멋진 아이다. 이유식을 잘 먹던 아이가 생후 10개월부터 이유식을 거부했다. 거부한 아이를 시중에 판매하는 이유식을 먹여보기도 하고 마트에서 판매하는 이유식을 먹여보지만 아이는 전부 거부했다.


왜 거부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흰쌀밥을 먹이기 시작했다. 


어라!!!


요건 먹네... 그때부터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약간의  간을 해 국에 말아주고 김에 싸주고 미역국에 있는 건더기도 주고 콩나물도 주었다.


너무 잘 먹던 아이는 두 돌 되기 전 야채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입맛이 수시로 바뀌는 아이는 '엄마 요리해야 해! 나를 위해 요리를 해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결국,

구수한 육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기 육수를 위해 살코기 좋은 아이로 골라 진하게 우려내기도 하고

각종 야채를 넣어 멸치 육수를 만들기도 했다.


이 일을 51개월 동안 하고 있다. 지칠지만 야채를 먹지 않는 아이를 위해서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건 모두 하기로 했다. 


고기 육수는 쌀국수를 해주기 위해 끓였고 

멸치 육수는 국과 찌개 그리고 국수를 하기 위해 끓였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 척척하지만 하기 싫은 건 거부할 수가 없다.

끓이는 거 까지 좋았다. 하루 분량 소분하는 건 늘 힘든 일이었다.


두어 시간 끓이고 밤새 식혀 아침에 소분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이유는 보름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국에 밥 말아먹는 아이는 매번 육수 끓인다고 지치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배고픔을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야채를 먹는 날을 기다리는 그날을 위해,

어른 먹는 음식을 먹는 그날까지


대용량 육수를 끓여야 한다는 건 사실이다. 부정할수록 부정 감정만 올라오니 즐기며 하고 있다.


음식의 깊은 맛을 좌우하는 육수.

라면 끓일 때도,

떡볶이를 만들 때도,

조리고 끓이는 모든 음식에 육수를 사용하기에 보름이면 끝난다.


곰국에 육수를 넣으면 깊은 맛이 난다.

갈비탕에 육수를 넣으면 깊은 맛이 난다.


이 맛에 육수를 놓지 못한다.


그럼 우리 집 집밥을 위한 육수를 소개하겠다.



육수 재료



브리타 정수기가 없다면 수돗물로 끓였을 것이다.

브리타로 맑은 물을 받아 대용량 육수를 만든다.


재료는 


대파 초록 부분 많이

파뿌리

새우, 다시마

양파, 무, 명태 대가리, 디포리, 다시 멸치, 당근, 호박 등 안 먹는 야채를 넣고 끓이면 된다.


지금 사진에는 당근과 호박이 빠졌다. 냉장고에 없는 재료는 생략해도 괜찮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끓이면 노란 물이 보이면 다시마를 넣고 조금 더 끓인다. 

다시마 넣고 오래 끓이면 진액이 나와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없기에 5분 정도 끓이다 모든 야채 건져 내면 된다.



집밥엔 육수



붉은색이 없으니 심심하지만 당근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그 대신 양파 3개, 무 반개 넣고 명태 대가리와 디포리를 많이 넣었으니 다행이다 하며 안심한다.


양파껍질도 넣는다.

양파 알맹이보다 껍질에 영양가가 더 많다고 하니 깨끗한 부분만 넣고 끓이면 된다.


한 시간 조금 더 끓이고,

밤새도록 식히면


아래 사진처럼 소분할 수 있다.





육수 소분

이번에는 귀찮아서 많이 담아 놓은 육수.

육수병 따로 마련해 1.1리터 두병에 두 봉지 녹여 냉장고에 넣어 두면 된다.

두 봉지는 삼일 정도 쓰는 거 같다.


매일 집밥으로 끼니를 때우다 보니 육수는 금방 소진한다.


요즘 부산에 확진자가 많아져 외식도 무섭다.

산발적으로 확진자 재난 문자는 경각심을 갖고 추후를 지켜보기 위해 집밥의 육수는 오늘도 한다.


냉동실에 넣어두면 든든하다.

고기보다 더 든든한 육수. 이 육수로 샤브를 먹어도 된다.

하지만 먹지 않는다. 샤브 집에서 먹게 되는 샤브는 집에서 하기에 손이 많이 간다.


나에게 육수는 정성이고

나에게 육수는 희망이며

나에게 육수는 건강식이다.


진하게 우려내 정수 물과 희석해 요리하면 일품이다.


가스불에 올려진 육수는 아직 끓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멸치 육수 향으로 국수가 먹고 싶은 시간이 올 것이다.


집밥에는 육수가 필수라는 걸....

우리 집에는 영원하리라.

아이가 독립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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