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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18. 2021

산책한 날, 내 아이와 내 안에 있는 아이가 만난 날

매일내 안의아이와 만나고 다독인다

                                                                                                                                                                                                                                                                                                                                                                                                                                                                                    

화창한 날.


집에 있기 힘든 날.


봄나들이하고 싶은 날.


그러나 이미 오후를 훌쩍 넘기고 멀리 가는 건 나도 아이도 힘들다는 걸 잘 아는 모녀는 우리 동네 탐색하기로 했다. 엄마는 맨날 컴퓨터 앞에 있고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찾아 노는 아이 뒷모습이 애초로워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아이와 킥보드 탔다.




30년 전 이곳에서 자랐던 곳. 하천이 있었지만 악취로 인해 거주지로 살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가 삶의 둥지를 틀었기에 자녀는 부모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이곳에서 내가 다시 삶의 둥지를 틀었다. 내가 예전에 살았던 곳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악취 풍기는 도살장이 사라지고 나니 하천은 생태계로 변했다. 내 아이가 앞으로 성장해야 할 동네가 아름답게 변했다며 산책하는 동안 감탄사 연발했다.






선글라스 쓴 천사




'엄마 가기 싫어'가 아니라 '엄마 그래 가자'! 하며 말했다. 엄마와 온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이.. 그 마음을 이해했지만 엄마가 해야 할 일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법을 생각하느라 할머니와 함께 하라고 했다.




어제도 엄마와 함께라는 말을 했지만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어 할머니와 산책하고 오라고 했다.




아이 마음을 알았기에 오늘은 모든 걸 내려놓고 아이와 온전한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엄마가 성장한 동네에서 함께 길을 걸었다.







유채꽃




똥 냄새나는 하천이 이쁜 유채꽃과 나비가 날아다니는 곳이 되다니..


꿀벌들이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유채꽃.


지금 이 시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유채꽃.


킥보드 타던 아이는 매번 멈추고 멈추며 우와~~~~ 감탄만 했다.






우리 동네 하천


우리 동네 하천
우리 동네 하천
우리 동네 하천
우리 동네 하천




우리 동네 하천 길이 산책길로 변했다.


엄마는 매번 그랬다.




"하천이 똥 냄새 안 난다. 얼마나 잘해놨는데... 사람들이 운동한다고 아침저녁으로 북적인다 아이가"




웃으며 넘겼던 나.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안 가봤기에..


내가 직접 보지 않았기에..


악취로 혐오했던 하천이 산책기로 변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운동하는 사람들.


여유롭게 장기 두며 주말을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사람들.




그마저도 참 감사했다.


아름다운 일상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기 때문이다.




공장이 많던 동네가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다니...


아직 공장은 있다. 그러나 30년 전 악취와 매연으로 힘들지 않았다.




공기가 확 달라졌다.




아름다운 동네를 내 아이와 살 수 있다니 행복했다.


30년 전 다짐한 것이 있다.


내 아이는 여기서 키우기 싫어. 적어도 공기만이라도 좋은 곳에서 키워야겠다 다짐은 실현이 되었고 김해에서 살다 김해 율하 공기가 가장 좋은 곳에서 살았다.


그리고 다시 여기서 살게 되었다. 나와 똑 닮은 막둥이와 함께..




햇살이 너무 따사롭다.


자연은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낸 우리들에게 주는 선물이 바로 봄이라고 생각한다.


푸르른 나무,


알록달록 꽃,


그늘을 만들어 주는 몇백 년 된 나무 정자.


새소리를 벗 삼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우리들.


이 모든 것이 선물이 아니겠는가?


어르신들은 자신만의 생활 루틴대로 장기를 두며 음악을 듣고 우리는 자연을 마음껏 만끽하며 나만의 루틴대로 시간을 보냈다.




사람이 무섭다는 아이,


날아다니는 나비와 벌이 무섭다는 아이,


사람과 함께 지내는 강아지까지 무섭다는 아이,




그 아이를 들여다보면 내가 보인다.


어릴 적 내가 보인다.


사람이 무섭고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이 무서워 엄마 뒤에 숨어 지냈던 어린아이가 보였다.




"엄마가 보호해 줘! 나 저 사람이 싫어. 나는 강아지가 무서워. 나는 벌레가 무서워! 나를 보호해 줘! 나를 안아줘!" 무서워 우는 아이가 보였다.




어린아이를 꼭 안아주기 위해 지금 아이가 나와 닮았는지 모르겠다.


킥보드를 타다 몇 번이고 엄마가 오는지 안 오는지 뒤돌아 보는 아이를 발견하면 화가 난다. 무서워도 보호 없이 그냥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며 자랐건만, 너는 왜 엄마만 찾냐고 말하고 싶었다.




이내, 무서워하는 아이 옆에 다가가 손을 잡아주며 무서워하는 모든 것들을 함께한다. 그리고 내 안에서 우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무서워하는 너를 혼자 두게 해서 미안하다고 꼭 안아줬다. 웃으며 그 아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와 닮은 아이 손을 잡았다.




안심하며 질주하는 아이는 이내 사람들이 다가오면 갔던 길을 되돌아온다. 이제는 아이가 오더라도 화가 나지 않는다. 단지, 무섭지 않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다.




자연이 아름다우니 사진도 아름답게 담긴다.

영상을 찍다 유채꽃 위에 앉은 꿀벌을 발견했다. 순간을 놓치기 싫어 사진을 찍었다.




아름답지 않은가?

자연이 경이롭다.

우주가 경이롭다.











나를 닮은 아이
나를 닮은 아이


사람이 없으면 뒤도 보지 않고 달리는 아이,


사람이 우르르 자신에게 다가오면 도망치듯 달려오는 아이,




속상해하지 않고 그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맞이한다.


다그치지 않고 조용히 아이가 무서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켜본다.


온 가족이 오후 시간을 맞이하는 자세는 동네를 탐색하고 탐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가족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날려본다.











개미 보는 아이
개미 보는 아이



개미를 한동안 유심히 관찰하는 아이는 개미가 죽을까 걱정을 했다.


"엄마 개미가 아프면 어떡하지!"

"왜 그런 생각을 할까?"

"저기 오는 멍멍이가 개미를 밟을 거 같아서"


아이 생각은 개미가 작아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고 강아지 역시 개미를 보지 못하고 개미를 밟을까 걱정하는 거 같았다.


"세연아! 개미는 소리를 아주 잘 들어. 발자국 소리에 얼른 자신 집에 갈 거야. 세연이가 무서워 엄마한테 오는 것처럼. 그러니 죽는다는 생각하지 마. "


"알겠어!"




아이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엄마.


아이와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는 엄마.




멀리서 걸어오는 친정엄마를 발견하곤 이내 킥보드 타고 달려가는 아이는 신나 보였다. 30년 동안 이 동네를 지키며 변하는 모습을 본 엄마는 동네 변화를 잘 알고 있었다.



















민들레 씨







다리 아프다는 아이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민들레 씨를 발견.


그냥 지나치지 못해 민들레 씨를 후후 불며 좋아한다.




좋아하는 너를 보는 엄마도 할머니도 참 좋다.


화창한 날씨만큼


화창한 주말만큼


우리네 마음도 화창하다.




저녁이 다가온다. 남이 해주는 음식 먹으러 남포동 가야지!!


남포동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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