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Apr 22. 2021

희귀 난치병에 대처하는 자세

모든 병은 희귀병이고 난치병이다

블로그나 브런치 검색어를 보면 병에 대한 검색어가 많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병과 때래야 뗄 수 없는 것이겠지! 이미 희귀병과 난치병을 앓은 나에게는 새삼스러운 단어가 아니다. 무서운 단어도 아니다. 그저 한결같이 관리해주는 친구일 뿐. 자신을 모르는 자에게 함께하는 동반자일 뿐, 통증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에게 일깨워주는 사랑일 뿐이다.


모든 병은 희귀병이고 난치병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한 번 생긴 병은 정상적인 세포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병에게 모든 걸 내어주자는 건 아니다. 병에 대한 처세술, 희귀 난치병에 대처하는 자세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한다면 정상인보다 더 건강하게 하루를 맞이하고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


병이 무서운가? 희귀병이라고 해서 암담한가? 난치병이라고 해서 억울한가?

맞다. 무섭고 암담하고 억울하다. 나도 그랬으니깐!


무섭고 암담하고 억울함을 조금만 앓고 느끼다 하루빨리 일어서야 한다. 병이 내 몸을 장악하기 전에 말이다.




2003년..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무서운 친구를 만났다.




호산구




친구를 만나는 순간, 암담하고 무섭고 억울했다. 병상에 누워 온갖 무서운 의료기술을 말하는 의사가 참 싫었다. 잘 쉬고 있는 숨조차 희귀병이라고 알려주었다.

나에게 기형의 폐가 보인다는 것.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폐가 위치한 곳에 구멍을 뚫고 호수를 꽂아야 한다는 말을 그들은 쉽게 말했다. 더 이상 내 몸에 구멍을 내고 뚫는 행위가 싫었다. 환자가 의사에게 한마디를 한 내가 참 용감했다.


"아니, 뭐를 뚫는다는 거죠. 말처럼 쉬운 줄 아세요. 내 몸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나를 왜 마루타처럼 활용하시는 거죠. 숨을 못 쉬고 꼴딱 넣어가는 환자가 아닌데 왜 이러시죠. 호흡기도 필요 없고 폐에 구멍 뚫는 일은 더더욱 없을 테니 여기서 나가주세요"


말했다. 의사들은 환자가 모든 걸 내려놓고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로 인식했다. 모든 의술 행위는 잠시 미룬 채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지 않는가?


 제 아무리 의술에 권위자라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자신들이 하라는 대로 모든 걸 다 했지만 병은 또 병을 만들고 병이 또 새끼를 치며 나를 죽이고 있었다.


딱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버틸 수 없었다.


그때, 이 생각이 들었다. 18년 전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어디 두고 보자. 네가 죽나, 내가 죽나"
"신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을 준다. 고로 나는 내가 견딜 수 있는 고통을 받고 있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오기로 버텼다. 오기로 버티다 보니 세상이 그저 살아지는 형세로 보였다.

의료진들은 부드럽게 다가왔다. 고통을 이기고 견뎌내니 폐에 구멍 뚫는 일은 없었다. 간혹, 호흡기를 의존하며 지냈지만 이마저도 내가 싫으면 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골치 아픈 환자라고 생각했을지도...

그러나 그러던가 말던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지냈다.

병원에서 하는 모든 의료행위가 맞겠지만 나에게는 아녔다. 자연적으로 유되었다. 오그라 들던 폐는 점점 펴졌고 숨을 예전과 똑같이 쉬어졌고 호산구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자연적인 치유란? 뭘까?

생각하고 그대로 실행하는 거였다. 내 경우는 아주 맞아떨어졌다. 병에 굴복하지 않고 묵묵히 병에 타협하지 않고 진행하는 병을 지켜보며 대처해야 할 자세를 배웠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즐겁게 생각했고,

어려운 고통이 찾아와도 피하지 않고 오롯이 겪으며 고통을 느꼈다.


어려움 상황 속에서도 즐거운 마음을 채웠으며,

어려운 고통이 찾아왔지만 즐거운 마음을 이기지 못했다.


간호사가 들어왔다. 힘들어 끙끙거리는 환자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사빈 씨, 너무 아프면 말하세요. 고통을 혼자 겪지 말고 약에 의존하세요"


약이 싫어 오롯이 경험했다. 고통을 이겼다.

한참을 고통 속에서 헤매다 이내 정신이 돌아왔고 몸이 돌아왔다. 이겨냈던 나를 바라보았다.


모든 병은 희귀병이었고 난치병이었다. 감기조차 전염병이 강하지만 약이 있기에 금방 이겨냈다. 하지만 빈번히 찾아오는 감기는 난치병이다. 스스로 면역력을 형성하더라도 누군가가 옮겨버리면 어쩔 수 없이 감기를 앓아야 하니까. 약이 있었도 희귀병이고 난치병이다.


감기 대하는 자세를 모든 병에 적용하면 아주 간단하다. 쉽게 넘어가고 이겨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허약체질이었던 나는 감기와 장염은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었다. 그러다 18년 전 호산구라는 난치병을 얻었고 지금은 완치되었다.  감기와 장염은 난치병을 겪은 후 도망갔고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 아녔다. 그리고 9년 전 장염 대신 궤양성 대장염이 찾아왔다. 아주 큰 손님이다.


하지만 내가 늘 그렇게 해왔듯,

병에게 굴복하지 않고 영원히 내 곁에서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로 친구로 동반자로 받아들였다. 궤양성 대장염 (궤대)로 인해 장염이라는 손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아주 큰 손님인 궤양성 대장염만 곁에서 몸을 일깨워준다.




"너는 너를 정말 몰라! 지금 아프니깐 쉬어야 해!. 제발 몸 좀 봐줘. 아파하잖아. 고통을 모르는 너를 내가 보살펴 줄게. 그럴 때마다 병원 가는 걸 미루지 말고 즉시 해결해야 해"





지금에 나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지켜보다 병원을 다녀온다. 미루지 않는다는 거다. 미루다 보면 더 큰 병이 찾아왔다는 걸 잘 알기에..


예전에 나는 몸에 이상한 반응을 무시했고 억압했다. 아프지 말라고 아픔은 내 거가 아니라고 밀어냈다. 밀어내면 낼 수록 더 아팠다. 가장 많이 아플 때 쓰러지고서야 아픔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았다. 그때는 이미 병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과 예전의 내가 확연히 다르다.

병에 대한 자세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미루지 않고 진찰받는 거.

그리고 설사 희귀병이 찾아오든 난치병이 찾아오든

 암이 찾아오든, 염증이 찾아오든 모든 병을 대하는 자세는 우리 마음에 있다.


무서워 벌벌 떨면 그 병은 몸의 주인이 되지만,

오기로 버티고 병과 싸울 자세를 대하면 병은 몸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지금 내 몸은 궤대로 장악했지만 주인은 궤 대가 되지 않았다. 몸의 주인은 나라는 걸 기억하고 내 몸을 내가 보살피며 먹고 싶은 음식과 생각을 즐겁게 하면 그 무서운 희귀병과 난치병은 자신이 주인으로 행세하지 않고 내 주위를 빙빙 돌며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그 자리조차 내어주지 않았다. 너는 여기에 자리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궤대 발병한 지 2012년. 그 후로 2년 정도 고통을 충분히 앓고 나니 2015년은 아프지 않은 삶을 되돌려주었다. 병에 대한 자세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보여줬더니 2015년 궤대는 스스로 지쳐 구석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 물론, 약을 의지 하며 지내지만 약에 대한 자세조차 명확하게 그렸다.


어쩌다 약을 못 먹는 날이 있다. 그렇지만 아프지 않고 무사히 지나간다.


"나는 아픈 사람. 나는 희귀병을 앓는 사람, 나는 난치병을 앓는 사람이니 조심해야 해"라는 생각이 아닌,


"나는 정상인 사람, 나는 희귀병이 아니라 친구를 곁에 둔 사람, 나는 난치병을 앓는 사람이 아니기에 나를 관대하게 대해도 아프지 않아" 하는 순간, 고약하게 아팠던 궤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떠났다.


궤대라는 병은 어쩔 수 없이 2~3년마다 대장내시경을 해야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다.


"네가 그토록 싫어하던 대장내시경, 결국 친구가 찾아와 대장내시경을 자주 하며 익숙해지라고 온 거구나!" 라며 즐겁게 받아들인다.


2021년 4월 7일 서울 아산 병원 주취의 양석균 선생님은 대장내시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 한 지 딱 2년 반 만에 하자고 권했다. 내시경은 쉽지만 먹는 약이 싫어 거부했다. 그러나 해야 한다면 피하지 않고 즐기기로 했다.


2019년 2월 대장내시경 후 2년 반 만에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 참 좋다.


웃으며 내년에 하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주치의는 말했다.


"미루지 맙시다"


맞다. 내가 궤대를 맞이한 자세가 바로 미루었기에 찾아온 손님이었다. 아주 큰 손님 형태로 다가왔다. 대장내시경을 혐오했기에 결국, 대장내시경을 자주 하는 대장에 병들고 말았다.


밀어내거나 혐오하면 그곳에 아주 큰 손님이 찾아온다.

큰 손님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면 더 이상 고통을 주지 않고 삶을 빛나게 해 준다. 지금 나에게 빛나는 삶으로 선물이 왔다.


모든 병은 희귀 난치병이다. 거기에 대하는 자세만 바꾸면 그 병으로 인해 더 반짝이는 삶으로 보답했다. 더 이상 대장내시경을 혐오하지 않는다. 반짝반짝 빛나는 대장을 볼 수 있으니깐..... 올해 9월 대장내시경을 앞두며 먹기 싫다고 말하지 않는다. 밀어내지 않는다. 몸과 마음으로 밀어내지 않는다.


더 빛나는 삶을 위해 꼭 지내야 할 관문이다.

인생에서 건강이 최고라는 걸, 건강을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생각을 바꾼 지 18년 만에 아프지 않은 삶을 선물 받았다. 2~3년마다 건강한 대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 병에 대한 자세를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바라보자. 아마 그 아이는 자신을 보석으로 바라봐주기에 보답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큰 보답을..


나에게 큰 보답은 관해기와 함께, 세상을 빛나게 빛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책임을 부여받았다. 그 어떤 것이든 그를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보자. 그래야 큰 선물로 보답한다.


똥이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 피하는 것이고,

피하지 못하면 즐기자라는 마음으로 병을 대하자. 병만이 아니다.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모든 일에 즐기자. 그래야 이길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책한 날, 내 아이와 내 안에 있는 아이가 만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