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May 06. 2021

개명으로 나를 살렸고 '호'로 새 출발하다

나에겐 두 개의이름이 있다

개명하기 전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이름이 안 좋아! 이름 바꿔! 한자음이 맞지 않아요. 이름 바꿀 생각 없나요"였다.

부정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무시하며 살았다. 40년 동안 '김 영아'라는 이름으로 살았고 엄마가 가장 아끼는 '영아'였기에 끝까지 함께 하려고 했다.


하지만,

크게 아플 때마다 이름을 떠올리곤 했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강했고 10년마다 이름 모를 병으로 생과 사 길 가운데 서 있었다. 2012년 크게 아픈 이후로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동생은 말했다.

"언니야 우리 이름 바꾸지 않을래! 언니나 나나 아파도 너무 아프다. 남들은 한번 아플까 말까 한 병마를 우리는 일상이 되고 있어. 나는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아. 지긋지긋 해. 난 다른 건 필요 없어. 건강만 찾는다면 아니 앞으로 아프지 않는다면 이름 바꾸고 싶어! 언니도 계속 들었던 말이 이름이 좋지 않다는 말이잖아. 이름은 평생을 좌우한대. 우리 봐봐! 계속 아프잖아. 이건 뭐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야. 같이 이름 바꾸자!"







동생은 절실했다. 뇌 속에 암덩어리가 사라지지 않고 존재했기 때문이다. 병은 누구는 덜 아프고 누구는 더 아프다는 건 아니니깐. 인내하고 참아낸다고 해서 병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똑같이 심한 고통으로 죽지 못해 살아간다. 건강만 무너지면 괜찮다. 하지만 건강이 무너지므로 해서 모든 일상을 앗아가 버렸다. 특히나 가정을 일군 후 자식이 있다면 개명은 절실한 동아줄인 자매는 한마음이었다.


나와 동생은 절실했다. 무언가를 잡고 '다시 살게 해 주세요.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매달려야 했다. 賢 어질 현, 耳 귀 이 한자음을 가진 동생 역시 이름이 나쁘다는 말을 듣고 성장했기에 함께 개명하기로 했다. 


김 영아. 榮 영화 영, 兒 아이 아

한자 풀이가 영화 영에서 끊기고 말았다. 아무리 해석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는 딸을 낳으면 '영아'라는 이름을 짓고 싶었고 엄마 바람대로 내가 태어났다. 그러나 한자는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어떤 철학관에서는 성과 이름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철학관에서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어 점술가, 타로, 철학관 등 다양한 곳에서 이름이 좋지 않다는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나빴다.


영아라는 발음은 어린 시절 슬프게 들렸다. 기분 좋아 나를 부르는 게 아니었다. 큰일 난 것처럼 불렀기에 가슴이 조마조마해하며 살았다.


내 나이 37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개명을 했고 한자음과 뜻이 맞도록 올바르게 짓었다. 이름은 나를 그리고 죽고 이 세상에 없을 때조차 평생을 좌우하기에 개명을 선택했다.


개명 후 김효정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병은 호전되고 있었다. 일이 풀리는 듯했다. 뜻하지 않은 일들이 닥치면서 이 또한 지나가야 하는 일이라면 피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시간이 흐르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말을 믿으며 묵묵히 힘겨운 일들을 헤쳐나갔다.


'김효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깊은 뜻을 펼칠 수 없었다. 뭔가가 부족했다. 뜻을 펼치려면 강한 이름이 필요했다. '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려면 좋지 않은 것들을 뿌리 뽑아야 했다. 힘든 역경과 고난이 닥치더라도 강한 힘과 강한 멘탈이 필요했다. 내 곁에 있는 아이를 책임지고 성인이 될 때까지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이겨내야 하니까.


史 역사 사, 儐 인도할 빈 

역사에 남길 글을 쓴다는 뜻이라고 한다.


두령 격 -  만물이 형상을 이루는 수리. (광풍재 월지상)

지모 격 - 재물과 공명을 모두 얻는 수리. (총명하고 예능 방면에 비범한 상)

입신 격 - 수확을 알차게 거두어들이는 수리. (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는 상)

성공 격 - 공업을 성취하는 수리 (여의주를 얻은 상)


사주에 부족한 부분을 '호'에 채워 넣었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이름은 평생을 좌우한다. 

37년 동안 '김영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동안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죽지 못해 살았다.

9년 동안 '김효정'이라는 이름으로 아프지 않고 힘든 역경을 이겨내며 지금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남은 삶을 위해 '사빈'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널리 알리며 살아가려고 한다.


개명을 했지만 시련은 일상이 되었다. 개명한 이름은 앞으로 나아가라고 재촉하지만 나에게는 힘이 부족했다. 조금 더 힘찬 이름이 필요했다. 생각하다 결국 '호'를 정했다. 또다시 개명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평생 호를 간직한 채 살아가리라 생각하며 호를 정했다.


이름은 결코, 무시하면 안 된다.

나와 맞지 않는 한자 뜻이라도 바꿔야 살아가는데 더는 꼬이는 일이 없을 것이고 내가 바라는 대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픈 이름을 간직한 채 살아왔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시련을 받아들이고 실패를 받아들였다.


내 이름은 김 효정

내 호는 사빈


건강한 엄마, 당당한 엄마, 건강한 나, 당당한 나를 대변할 이름으로 평생을 힘차게 살아가며 아픈 이들에게 힘찬 메시지를 전하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새콤달콤 달래무침은 엄마가 잊어버린 레시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