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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02. 2021

새콤달콤 달래무침은 엄마가 잊어버린 레시피

엄마 레시피지만 잊어버려다는 엄마에게 다시 알려준 큰 딸

채소 중에 달래라는 채소를 알았던 시기는 결혼 직후였다.

바로 2002년 12월이다.


요리를 알지 못하는 나,


엄마는 그랬다.


"요리나 빨래는 뭐하러 하려고 그래! 결혼하면 원 없이 하는 게 요리와 빨래야. 그때 해도 늦지 않으니 지금 안 해도 된다."


그리하여, 엄마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과일조차 깍지 않고 지냈다.

사과, 배등 자르는 일이 나에게는 버거웠다.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그 세상 속에서도 엄마는 나를 아껴주었고 사랑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온실 속의 화초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요리에 취미가 없던 나,

결혼하고 나니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매번 외식할 수 없는 노릇.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일단, 검색하기 바빴다.


그 흔한 라면조차 끓이지 못했기에..

여동생은 그런 언니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죽자 살자 돈만 벌었으니깐. 엄마는 돈만 벌어오기를 바랐으니깐.


결혼하니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많았다.


매일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김치찌개는 어떻게 끓어? 계란찜은 어떻게 끓이는데"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했다. 그때마다 웃으며 가르쳐줬던 엄마.


엄마가 알려주는 레시피를 노트에 기록하며 실패하고 또 실패하다 결국 나만의 레시피가 탄생했다.

그해 겨울, 엄마와 장을 보며 문득 눈에 들어오는 채소가 있었다.


"엄마 저 나물은 뭐야"

"저건 달래라고 하지. 마늘과 인데 대가리 먹으면 알싸하니 매워"

"저거 어떻게 요리하는 건데"

"새콤달콤 무치면 되지"


한 묶음 업어와 일단 양념장을 만들었다. 의외로 손쉽게 반찬 하나가 탄생되었다는 뿌듯함.

반찬 한 가지 늘었다는 자신감까지 안겨주었다.




자주 식탁에 올렸더니 물려하는 남편은 더는 먹지 않았다. 그러다 잊고 지낸 달래.

홀로서기하며 혼자가 되고 나니 옛 추억이 떠올랐다.


"그래! 달래무침과 달래장으로 산뜻한 봄을 맞이하자"


한 묶음으로 새콤달콤 달래 무침과 간장과 다진 마늘 그리고 참기름 고춧가루 깨소금을 넣고 주인공인 달래를 종종 썰어 넣어 달래장까지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한상이 만들어진다.


달래로 달래 된장찌개 끓이면 향이 참 좋다.

이제는 주부 19단이 되어가니 대충 데치고 볶음 무치면 나물이 탄생한다. 


어느 날,

친정엄마가 집에 놀러 왔다. 혼자 먹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며 함께 먹기 위해 딸 집에 찾아왔다.

그때 내가 한 요리는 달래무침과 달래장이었다.


딸이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자신이 한 음식보다 딸이 해준 음식이 맛나다며 밥 한 그릇 하셨다.


"이거 새콤달콤하게 무쳤네!"


"엄마가 예전에 알려준 거잖아. 간장, 식초, 설탕, 참기름, 깨, 고춧가루 넣고 버물린 거야. 괜찮아?"


"야.. 이건 너무 맛있다. 이렇게 하니 입맛이 살아나네!"


엄마는 자신이 알려준 레시피를 잊고 지냈던 것이다.

삶이 팍팍해서 혼자 먹고살기 바빠서 자신이 알려준 레시피조차 잃어버린 채 살아갔다는 게 못내 안타까웠다.

자신이 알려준 레시피가 근사하게 탄생된 모습에는 자신도 달래를 사 집에서 무쳤다고 했다.

엄마의 남사친이 오셔서 드셨다고 하니 20년 전 딸에게 알려준 레시피를 딸에게 다시 배워 요리를 했다는 엄마 말에 애잔했다.


달래 하나로 서로 입맛을 알아가는 요즘. 

뿌듯하면서 행복했다.


나도 내 아이에게 알려주고 잃어버리는 레시피가 없기를 바라며 매일 기록하기로 했다.

그 후로 엄마는 매일 달래를 구입해 달래무침으로 입맛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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