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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17. 2021

용띠가 날을 잡으면비 온다는속설 맞을까?

우연의 일치이다 속설은속설일 뿐이라고믿는다

제주 여행 이튿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을 잡고 비행기 티켓을 끊고 보니 가는 날과 오는 날 빼고 하루 종일 제주도에서 여행해야 하는 그날 비가 온다고 했다. 그때 엄마가 하는 말은 이러했다.


"용띠가 날 잡으면 비가 온다고 하더니 이번에 비 오네!"


허걱, 

반격하고 싶었다. 그 소리 듣던 나는 엄마에게 한 마디 했다.


"내가 날을 잡아서가 아니라 엄마 일정에 따라 날을 잡다 보니 이렇게 된 거잖아! 금요일 가자고 하니 아저씨는 금요일 교육받아야 하고 저녁에 가자 하니 잠자러 가냐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엄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 장사해야 한다고 해서 다음날 월요일 날을 잡은 거잖아. 왜 내 핑계를 대는 거야!"


화가 났다. 사실, 20대 들었던 말을 엄마가 그대로 했던 것이 못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회사를 다닐 때 사장이고 지인들이고 용띠가 날을 잡으면 비가 오니 너는 날 잡지 말라고 했던 말이 거슬렸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며 목소리를 떳떳하게 반격 못했던 것이 분노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비가 오는 여행



띠가 웬 말이냐? 그날따라 비 소식이 있는 것도 모르고 날을 잡은 우리 모두의 탓인데...

제주도 가는 날은 엄청 좋았다. 내리쬐는 햇살은 살갗을 태울 정도였다. 제주도에 도착하나 오전 11시. 렌터카 빌려 일단 점심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고 아름다웠다.


태양이 내리쬐니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았다. 첫날 잠수함 타야 했다. 그러나 어른 두 분을 모시고 간 여행이라 내 마음대로 했다간 군소리를 들을 거  같아 상황을 보고 이튿날 잠수함 예약을 했다.


함께 간 아저씨는 제주도 분. 그러나 어릴 때 부산에서 삶 터전을 만드셨고 현재 60년째 부산에서 생활을 하셨다. 하지만 친척이나 가족들은 제주도 우도에서 생활을 하고 계셨다. 친구분들도 당연히 우도에서 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생활 루틴을 만들며 살고 계셨다.


첫날, 우도 섬에 가고 싶었던 아저씨. 


그러나, 우리 계획도 있었던지라 점심을 먹고 아이를 위해 동물 농장에 갔다. 거기서 신나게 놀다 보니 오후가 되었고 우도 배를 타기 위해 항구에 도착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숙소로 왔고 아저씨 지인인 친구분을 만나 저녁을 함께 했다.


이튿날, 잠수함을 타고 아이를 위해 제주도 구경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다.

오후 12시에 잠수함 예약. 거센 비바람으로 배는 휘청거렸다. 사실, 난 배를 못 탄다. 흔들거리는 배 안에서 속은 뒤틀리고 어지러워 될 수 있는 대로 배를 피하는 여행을 한다. 


아이는 달랐다. 바다 안이 궁금해 잠수함 잠수함 노래를 불렀다.

아이 생각은 이러했다. '바다에 들어가면 상어도 보고 고래도 보는 줄 알았다'라고 한다. 예상을 비껴간 잠수함은 지겹고 힘들었던 구경중 하나였다.


제일 비싼 입장료이지만, 최고로 재미가 없었던 경험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웃겼다. 사실, 어른들도 재미없다고 했고 나는 어지러워 정말 힘들었던 구경 중 하나였다.


용띠가 날을 잡은 건 우연의 일치이다. 이 세상에 용띠 띠를 가진 사람들이 날을 잡을 때마다 비가 온다면 지구가 물난리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사진첩을 뒤적이다 문득 생각난 '용띠가 날을 잡으면 비가 온다는 속설' 은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고 싶다.

비 온 덕분에 올레시장에서 사람 구경, 맛 구경, 물건 구경하며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비 온 덕분에 일찍 펜션으로 귀가해 맛집 음식도 먹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았다.

비 온 덕분에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


여행은 그 지역을 구경하는 맛도 있지만, 나를 쉬게 해주고 싶어 갔던 여행이다.

재혼 생활 6년, 모든 걸 정리하고 새 인생을 위해 나와 아이를 위해 잠시 쉬기 위한 여행이었으니깐.

비가 와도 좋았고 맑음도 좋았다.


제일 저렴한 입장료로 관람한 동물농장이 기억에 남았고 우연히 들린 작은 공룡박물관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아이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졌다. 이튿날, 잠수함 타기 전 공룡박물관에 들렸던 것이 가장 좋았다고 한 아이는 또 가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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