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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29. 2021

파김치를 집밥 백 선생에게 배웠더니 엄마가 칭찬하셨다

김치 중 왜 파김치냐?

파김치를 알게 된 건 불과 6년 전이다. 한식 식당에 가면 나오는 파김치는 대접받지 못했다. 파 자체를 싫어했기에. 김치 역시 사랑받지 못한 음식  파김치라고 사랑받았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렇게 편식을 하며 지내다 내 나이 마흔에 파김치와 독대를 했다. 누군가가 먹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든 그 음식을 만드는 나는 엄마와 흡사하게 닮았다. 당연히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는 닮아도 지독하게 닮았다. 김치를 싫어한 나는 스스로 김치를 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레시피를 찾아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했다.


손맛은 엄마를 닮아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다는 칭찬을 받았다. 어느 날, 후배는 부추김치가 먹고 싶은데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어린 후배가 안타까웠다. 그때 내 나이는 서른 중반. 처음 부추김치를 담그는 날, 역사적인 날로 뽑았다.


레시피를 찾으니 부추김치 양념장이 간단했다.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액젓, 다진 마늘, 거기에 감칠맛이 나게 양파를 갈아 넣으면 맛있는 레시피, 나만의 레시피로 탄생시켰다.


찹쌀 풀을 끓여 양념장에 섞었더니 정말 김치 맛이 났다. 그 후로 김치를 담기 시작했던 거 같다. 자신감이 생기면 무슨 음식이든 하게 마련이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이 있다. 2003년에 취득한 한식조리사 자격증은 나의 자부심이다.


6개월 과정을 이수하고 필기와 실기 시험을 합격하면 주는 자격증이 내 손에 있었다. 요리학원에서 기본양념을 배우고 나니 한식 요리는 정말 쉬웠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요리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로 변했다. 내 기준에서는. 그러나 실전에서는 어리바리한 행동으로 시간이 걸렸지만 양념을 안다는 것만으로, 진간장과 양조간장이 어디에 쓰이는지 아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주부생활 5년 만에 부추김치를 담고 배추김치를 담으면서 모든 한식 요리는 쉬워졌다. 그러다 파김치, 대파 김치를 마흔에 알게 된 건 그동안 두 딸 출산과 육아를 변행 했고

병마와 싸워야 했기에 힘겨운 세월을 살아가느라 요리는 뒷전이었다.


건강 회복이 우선이었으니까.








우연히 본 '집밥 백 선생' 프로그램에서  잔파로 이용한 잔파 김치 일명 파 감치 담는 모습에 레시피를 기록했다. 그 이유는 옆에 있던 사람이 파김치를 담아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임신 중이었고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었으니 답답했다. 심심함과 지루함이 한몫

했던 시절이라 손으로 이용한 모든 것들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다음날 마트로 향했다. 때마침 잔파는 제철이었고 한단에 2~3천으로 근사한 김치가 탄생될 거 같았다.


아주 간단하게 알려준 백 선생 덕분에..


파를 다듬고 곧장 파김치를 담았다. 잔파는 부드럽기에 액젓으로 재우면 되었고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30분이면 충분한 시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액젓에 절인 잔파를 뒤로 하고 양념장을 만들었다. 양파 한 개와 새우젓 그리고 통마늘과 고춧가루를 넣고 믹서기에 갈았다. 이때 생강을 넣으면 더 매워진다는 말에 생강은 패스했고 약간 달면 어떨까 싶어 매실청을 약간 넣었다. 믹서기에 갈아진 양념장은 명품 양념장이었다.


액젓에 절여진 잔파를 건지면 액젓이 남는다. 그걸로 간을 맞추면 된다고 하니 소금이 필요 없었다. 흰 부분부터 양념을 묻히고 남는 양념장으로 잎 부분을 바르면 끝.. 거기에 보기 좋게 5~10 뿌리 정도 모아 동글동글하게 말아 김치통에 넣고 며칠 뒤 먹으면 된다고 하니 간단하지만 맛은 명품이었다.


그 후로 대파가 많이 나오는 날에는 대파 김치를 담았다.


내가 이렇게 요리에 빠진 이유는 누군가가 그랬다.


"손으로 하는 일을 하면 돈이 될 텐데 왜 안 하냐"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요리뿐이었다. 내가 나를 잘 모를 때였으니까...


주부가 손으로 하는 일은 요리와 살림뿐이었으니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엄마를 닮아 맛있는 배추가 보이면 김치를 담았다. 지금은 떠났지만...


먹고 싶은 것만 하면 되는 요즘이니까..


6년 전 잔파 김치에 맛 들이면서 간혹 파김치는 생각이 난다. 잔파 한 단에 삼천 원 정도 하면 한단 사서 파김치를 담는다. 익히면 알싸한 맛은 사라지고 담백하고 향긋한 파김치가 탄생된다.


삼계탕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고 라면과 함께 하면 느끼함이 사라졌다.

이제는 손으로 하는 일로 글쓰기에 올인한 상태지만 요리를 하지 않았다면 손으로 잘하는 일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맛을 알아가는 건 요리를 하는 사람에겐 특권이다. 채소를 사랑하지 않았던 나는 요리를 시작하면서 채소와 야채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싸한 맛을 자랑하는 채소로 명품 요리를 탄생시켰다.


김치 냉장고에 고이 잠든 파김치.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아끼지 않는다. 너무 익으면 맛없으니까.


아끼다 똥 된 경험을 많이 했기에 이제는 맛있게 되면 기다리지 않고 먹어 없애버린다.


입맛 까다로운 엄마도 인정한 파김치. 맛있다며 한 접시 드셨던 날을 기록하며 오늘도 난 명품요리를 하며 하루를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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