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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n 02. 2021

아사콜 좌약 부작용 없나요?

대장과 직장 그 사이

아사콜 좌약을 투약하기 시작한 건 2019년 10월이다. 혈변이 보인다는 말에 교수님은 좌약을 처방했다. 고체로 된 약은 손쉽게 할 수 있어 편리했다.


2019년 10월 처방한 아사콜 좌약은 내 직장에 효과를 봤다. 변을 볼 때마다 혈변이 보이던 것이 좌약을 사용한 후 혈변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6개월마다 아사콜 좌약을 처방해주셨다.



내가 먹는 펜타사와 고지혈증 약 말고 아사콜 좌약을 선물로 처방해주셨다. 처음 발병하고 난 후 액상으로 된 좌약을 부산 모 대학병원에서 처방을 했다. 좌약 자체를 꺼려했고 처방만 받고는 사용하지 않았다. 무슨 자신감인지 믿을만한 구석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좌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점점 좋아졌던 혈변의 횟수. 그러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김없이 혈변이 보였다. 결국 2년째 동거 동락한 아사콜 좌약.


아사콜 좌약에 대한 나만의 부작용이 있다. 처음 좌약을 사용하고 난 후 온몸에 힘이 빠졌다.

즉, 무기력이 찾아왔고 복통이 생겨 변이가 느껴졌다. 좌약은 자기 직전에 사용하라는 약사 말은 이러했다.

"자기 전에 넣는 이유가 있어요. 낮에 넣게 되면 흐를 수 있어요. 그리고 꼭 변을 보시고 사용해야 합니다."

사용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기 직전에 사용했다.


사용할 때마다 아랫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관해기가 찾아오면서 어쩔 때는 하루를 넘기고 변을 볼 때가 있다. 하루를 넘긴 날에는 좌약을 사용하면 곧바로 화장실 가고 싶은 신호가 오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가게 되면 약이 그대로 몸 밖으로 나왔다. 대변에 묻혀 직장 내까지 약이 퍼지지 못하고 대변으로 인해 배출이 되었다.


그 후로 깨달은 점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변이가 느껴지면 화장실에 가는 거였다. 좌약을 사용하기 전 화장실을 다녀온 후 변이가 느껴지지 않을 때 좌약을 사용했다. 변이가 느껴지지 않을 때 좌약을 사용하면 변이를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좌약을 사용하고 몇 분 후 무기력이 찾아오고 복통이 다. 그리고 잠이 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몇 달을 사용하고 나니 내 몸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블로그에 좌약에 대한 이야기를 썼더니 어떤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아사콜 좌약만 사용하는 환우라면 느꼈을 만한 이야기. 즉,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질문을 해주셨다.



"아사콜 좌약을 사용한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요. 혹시 저처럼 이런 증상이 있으신가요? 아침에 변을 보면 기름 같은 것들이 보이는데 저만 그런지 아니면 님도 그런지 궁금해요. 아사콜 좌약 사용하고 다른 부작용은 없나요?" 질문이었다.


초기에 좌약을 사용하고 난 후 몸이 이상하리만큼 축 처졌고 알 수 없는 복통이 이어졌다. 아마 상처부위를 치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했던 부분이다. 관해기가 찾아오면서 쉴 새 없이 다니던 화장실은 아침밥을 먹은 후 딱 한 번이면 되는 일상을 누리고 있다. 화장실을 찾을 때마다 좌약의 성분이 남은 것들이 다음날 배변으로 통해 밖으로 나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궁금한 점을 어디에다 물어볼 곳이 없어 혼자 생각하고 판단 내렸던 그때 어떤 분이 속 시원하게 질문하셨다.


"저도 만찬 가지예요. 화장실 가면 기름 같은 것이 보여요. 아마 치료하고 남은 좌약이 밖으로 배출되는 건 아닐까요? 그리고 다른 부작용이라고 하면 복통이 약간 있고 초기에는 무기력함이 있었어요. 곧장 잠을 자야만 했거든요. 님도 그럴까요? 좋아지려는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대변으로 건강 체크하는 우리는 정말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거 같아요"라고 답 댓글을 남겼다.


아사콜 좌약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2년 동안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약이 들어가는 순간 항문부터 직장까지 약이 퍼지는 걸 느낀다. 그러고 곧장 잠을 청한다. 그래야 약 효과를 볼 테니깐. 어떨 때는 일찍 좌약을 사용하고 컴퓨터에 앉아 몇 시간씩 글을 쓰고 공부하면 다음날에는 색깔이 짙게 나타나는  전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려주는 거 같았다.


내 몸을 살피는 일,

독한 약을 사용하면 반응하는 내 몸을 아는 건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 몸이니깐 함부로 사용했던 시절과 정반대로 내 몸 반응을 살피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았다. 내 몸이니깐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는 식은 내 몸을 학대하는 행위였다.


지금은 내 몸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처음 사용하는 약에 대한 반응까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변을 보지 못한 날, 그러나 대변이 나오지 않은 날은 좌약을 하지 않는다. 해봤자  변에 고스란히 파묻혀 있으니까.


액상보다 고체가 더 좋은 좌약. 그래서 내가 부산 모 대학병원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다. 부산은 아사콜 좌약을 사용하지 않고 액상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작년 코로나 19가 심각할 때 부산 모 대학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자신들은 아사콜 좌약을 사용하지 않아 남게 되면 폐기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아사콜 좌약을 내가 다 회수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언젠가는 사용하면 되는 거고 다음 진료 시 그만큼 개수를 빼면 되는 거니깐...


직장 염증이나 대장이 좋지 않은 환우들은 꼭 사용하는 아사콜 좌약.

부작용이 무섭다고 나처럼 버티지 말고 부지런히 사용해 더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내일도 죽는 그날까지 함께 할 약들.


그 약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여기에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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