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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21. 2022

임대인 입장과 임차인 입장은 확연히 다르구나

엄마 에세이

나에게 임차인 삶은 두 번이 있다. 임대인일 경우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2년에 한 번씩 이사 가는 일이 없었고 집에 못을 박거나 뭐를 하든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았다.


지금 임차인이 되니 임대인 눈치를 보게 된다. 그 이유는 뭘까? 이 집 권리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정정당당하게 월세나 전세 보증금을 걸고 사는데 임대인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


최근에는 임대인 측에서 월세를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고 임차인 보호법을 검색했다. 임차인 보호법을 읽다 보니 임차인에 대해 최소한의 보호법이었다.


답답해서 부동산 소장에게 물어보니 양쪽 합의 하에 월세를 보호법보다 더 올릴 수 있다는 말에 갑자기 불편함이 올라왔다. 내가 임대인일 경우 무리하게 월세를 요구한 적이 있었나를 생각하면 없었다. 오히려 세입자가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이 지금 내가 임차인 되면서 억울함으로 올라왔다.


'난 제대로 임대인 권리를 행세 못했는데 넌 왜 나에게 임대인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냐. 법이 버젓이 있는데 말이야'라고 억울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내가 임대인일 경우 세입자에게 이렇게 배려를 했는데 지금 임대인은 배려조차 없다'것이 가장 불쾌하게 다가왔다. 


부동산 소장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금액을 제시했고 그 이상을 바란다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현재 나에게는 임차인 보호법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예전에 내가 경험한 임차인 일이다. 급하게 집을 처분하고 부산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임차인은 오히려 임차인 보호법을 들먹이며 자신은 나갈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검색해보세요. 지금 법이 그래요. 1년 후 입주해야 하는데 전 그전까지 이 집에서 못 나가요. 지금 집을 구할 수 없지만 저희는 입주 때까지 있겠습니다"

아주 강경하게 나오는 임차인 말에 부동산 소장 역시 어쩔 수 없다며 독한 임차인을 만난 거라고 말했다. 사실 이때 집 관련해서 전 남편이 관리하고 있었고 월세 금액조차 몰랐다.


시세보다 월세금액은 낮게 측정된 것을 그때 알고서 화가 났다. 

"너무 하시네요. 저희가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이사비용 드릴 테니 이 집 비워주세요.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매수인 찾기란 어렵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여하튼 저희는 이 집에서 나갈 수 없어요. 저희는 입주할 때까지 여기 있을 겁니다. 집 보러 오면 언제든 보여드릴 테니 더는 말을 꺼내지 마세요"


임차인 마지막 말을 듣고 엄마와 어린 여니를 데리고 그 집을 빠져나와야 했다. 바리바리 사들고 간 과일을 가져가라고 말하던 임차인에게 더는 미련을 갖지 말자고 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그 해 겨울 처분하자고 마음을 굳건히 먹었다. 목표를 갖고 잘 될 거라는 믿음으로 하루 이틀을 지내며 살았던 2020년이었다.


2020년을 경험을 떠올리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보면 억울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임차인으로 살아보니 오히려 임차인이 큰소리 칠 입장이 못 되는 거 같았다. 최초 계약 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것과 월세 5프로 이상 올릴 수 없다는 말은 강하지 않았다.


언제든 합의 하에 5프로가 10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임대인 자식이 들어와 산다고 허위 거짓을 하더라도 방법은 딱히 없었다. 자녀가 들어온다고 하면 난 이 집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부동산 소장의 말에 예전 동생 말이 떠올랐다.


동생이 살던 집에 임대인 자녀가 들어온다는 말,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나가라고 한 것. 제부는 어쩔 수 없이 집을 알아봐야 했고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집을 비워준 이야기가 스치듯 지나갔다.


소장 말과 동생이 겪은 그 상황이 지금 나에게 다가온 거 같았다. 내가 임대인일 때와 지금 임차인일 때의 상황은 정 반대다. 그러나 협상할 가치는 있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임대인이 원하는 금액과 내가 원하는 금액의 적정선을 찾아서 제시했다.


법으로 간다면 당연히 임차인이 이긴다. 몇만 원으로 법정까지 간다면 임대인이 더 손해인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고 내가 제시한 금액에 재계약이 이루어졌다.


처음 이 집을 계약하면서 2년 후 이 집을 떠나리라 다짐했지만 원하는 집은 나오지 않았고 월세, 전세가 귀하게 된 시점이 바로 현재다. 아쉬운 대로 현재 집에서 2년을 더 거주하며 월세와 전세 물량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한다면 불쾌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 점에서 예전 겪었던 불편한 현실이 억울해하며 분노가 올라왔던 것이다.


예전 세입자 말이 현재 나에게 억울하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이 또한 내가 경험했기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사람은 언제든 임대인이 될 수 있고 임차인이 될 수 있다. 언젠간 다시 임대인이 되어 임차인 입장을 더 잘 헤아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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