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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22. 2022

뭐가 되었던 사계절을 겪어봐야 하는 거야

엄마 에세이

주니어 의류 매장을 하면서 엄마는 나에게 하는 말이 있었다.


"뭐든 사계절을 겪어봐야 아는 거야. 이 계절에는 안 되어도 다음 계절에는 또 잘 되거든"

경험치 인생을 엄마는 말하곤 했다. 사람 역시 사계절을 겪어본 다음 결정을 하라고 했다.


지금 인생 자체를 사계절을 겪어봤고 이 동네를 떠난 지 몇십 년 만에 다시 찾아와 사계절을 두 번 지나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떠나기 싫어' 마음의 소리였다. 끔찍하게 싫었던 동네가 긍정적인 변화로 찾아왔다.


교통편이 예전보다 편리해졌고 번화가를 대중교통으로 30분이면 충분했다. 그것뿐인가? 몇 년 뒤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말에 집값은 얼토당토 하지 않게 오르고 있었다.


예전 이 동네는 공장가 많아서 밤이면 술에 취해 고성을 지르는 아저씨들이 많아 경찰차 소리가 제법 났던 곳이었다. 검은 작업복을 입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며 악몽 같은 동네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엄마는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한 채 30년째 살고 있다. 여기가 너무 편안해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한다. 30년째 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 모두 친구가 되었고 언니가 되었고 동생이 된 엄마를 바라보며 가끔씩 놀란다. 싫은 동네를 떠나지 않고 자기편으로 만들어 여기 사는 동네분들을 친구로 만들었구나라고.


나 역시 악몽보다 싫은 동네에서 사계절을 두 번을 보냈고 앞으로 두 번을 더 보내게 된다. 살다 보니 다른 동네에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만큼 편리한 시설이 다 갖춰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이는 천안 큰 집에서 반으로 줄인 지금 집으로 이사 오면서 "우리 큰집으로 이사 가. 천안 집이 더 좋았는데'라며 천안 집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여니 역시 사계절을 두 번 겪고 나니 여기가 살기 좋다고 말한다.


집에서 낙동강이 보이는 곳. 바다는 아니지만 낙동강이 보여서 내 마음은 안정감이 든다. 

사람을 만나더라도 사계절을 함께 지내다 보면 습성을 알게 될 거라는 엄마 말은 지금껏 살면서 맞는 말이었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속 깊은 뜻.


이 동네를 삼십 년째 살아가는 엄마는 사계절을 겪고 보니 살기 좋은 동네로 변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향인 영도로 옮기지 않는 이유다.


영도에는 엄마 친정이 있다. 하지만 거기는 엄마의 일터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이다.

"영도 한 번 들어가면 영도 할매 신이 못 나가게 한다고 할머니가 말했어. 영도에서 번 돈을 들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그 집 망조 든다고 하더라"

"증거 있어? 그건 미신 아니야?"

"아니야. 할머니 친구분 자녀가 영도에서 크게 벌어 다른 동네로 이사했는데 세상에 그 자녀가 크게 아팠다고 했어"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전설 이야기지만 듣는 내내 섬뜩했다.

"지금 엄마는 영도에서 돈 벌어서 나오잖아"

"영도에서 사는 것과 그건 다른 의미이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되는 엄마 논리에 웃음이 났다.


'엄마 말대로 나 이 동네 사계절을 두 번 보냈고 앞으로 두 번 더 보낼 거야. 이 동네가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겠지만 이젠 상처가 있는 이 동네를 떠나 다른 곳에서 나만의 추억을 만들 거야. 그러니 더는 사계절을 겪어보라는 말은 말아줘' 


인생의 사계절은 외로운 계절이 있는가 하면 운이 좋아 행복한 계절이 있었다. 사계절에 얻은 교훈으로 다음 계절에는 더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나에게 다사다난한 2022년 사계절. 내년 사계절은 어떤 형태로 나를 놀라게 하고 감동을 전해 줄지 설레고 있다. 올해 잘 살았다. 특별히 아프지 않았고 내가 원했던 평범한 일상을 보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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