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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n 16. 2021

콩잎 물김치는 입맛없는 나에게 밥도둑이다

콩잎이 늘 내 곁에 있어주는 줄 알았다



경상도 특히나 부산에는 이른 봄쯤 되면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에 자태를 풍기며 모습을 드러내는 콩잎 물김치가 있다. 먹는 걸 좋아하지 않은 나로서는 콩잎 물김치를 지나칠 수 없다. 왜냐면 봄부터 여름까지 입맛을 잃어버려 밥맛도 입맛도 없어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배가 고파서 먹는 거지 정말 먹고 싶어 끼니를 챙겨 먹는 게 아니다. 이렇다 보니 엄마와 함께 재래시장을 가면 요 아이를 꼭 구입한다. 사실 콩잎 물김치는 한철에만 나오는 즉,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지 않은거 같았다. 그래서 더 간절한 콩잎 물김치. 콩잎 물김치 앞에서 입맛을 다신다. 그리고 곧 구입한다.


부산 토박이.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에서 자라 결혼까지 했으니까. 콤콤한 냄새는 고향의 정취라고 할까? 고향의 향수라고 할까? 자갈치 시장을 가면 콤콤한 냄새, 비린 한 냄새를 풍기는 젓갈부터 생선류가 종류별로 있고 자갈치 시장 바로 앞은 어선과 바다가 있어 바다 비린내는 부산만의 맛이다.


아이는 시장이든 자갈치든 냄새난다며 코를 틀어막고 집에 가자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냄새가 그리워 가슴 깊은 곳까지 저장하기 바빴다.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버스만 타면 냄새를 맡을 수 있으니 가슴속 깊이 들이마시지는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맡을 수 있는 고향 향수.


아산 3년 천안 2년을 살면서 콩잎 물김치는 볼 수 없었다. 이른 봄 3월쯤 되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요즘 부평시장에 콩잎 나왔을까?"


"왜, 그게 먹고 싶니?"


"응, 요즘 입맛도 없고 약은 먹어야 하고 콩잎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은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아직 이른데.. 4월쯤 나올 거야. 일단, 엄마가 시장 가서 보고 나와 있으면 보내줄게!"


부산과 멀리 떨어져 살면서 향수 음식이 먹고 싶을 때마다 엄마에게 요청을 했다. 제 아무리 좋은 도시에 살아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먹었던 음식은 때때로 사무치게 그립다. 고향이 아닌 다른 지방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어린 시절부터 먹었던 음식을 먹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몇 년 전부터는 그러지 않아도 손쉽게 구해 먹을 수 있다. 고향인 부산에서 다시 정착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콩잎 물김치를 두 번을 샀으니까. 그만큼 사랑보다 더 사무쳤던 음식이다. 부평시장에 들러 콩잎 물김치를 공수했던 날 매일 밥상 위에는 콩잎 물김치가 올라왔다. 콤콤한 냄새를 풍기며 떡하니 우리 식탁에 버티는 콩잎 물김치.


"냄새나. 엄마는 이걸로 밥 먹어?"


"응, 이게 얼마나 맛있게.. 콩잎은 엄마만의 추억이 있는 음식이야"


"그게 뭔데?"


"엄마도 너처럼 편식쟁이였어. 밥을 안 먹으니 할머니가 시장 가서 콩잎을 사 왔지. 거기에 멸치액젓으로 만든 양념장과 함께 엄마 입속으로 들어온 콩잎과 젓갈 양념장은 입맛을 되돌려 줬어. 그래서 천안에 살 때 콩잎이 늘 그리웠지."


"응. 그렇구나! 근데 난 싫어. 냄새 나서 싫어"


아이는 아이만의 추억이 되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나만의 추억의 음식이 있는 것처럼. 엄마는 입맛이 까다로운 큰딸을 위해 콩잎 물김치를 담아 매년 입맛이 사라지는 날에 밥상 위에 올려줬다.




콤콤한 냄새를 자랑하는 콩잎 물김치






적어도 부산에만 있는 콩잎이 아닐까 생각한다. 멸치 액젓에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통깨와 참기름만 두르면 콩잎과 환상의 콤비를 자랑한다. 친정엄마가 직접 담가 준 귀하고 귀한 콩잎 물김치.




시장 상인들은 콩잎 재배를 하지 않아 이제는 볼 수 없다면 금값처럼 비싸게 부르는 콩잎. 그래서 엄마가 직접 담가 원 없이 먹으라고 가져다주셨다.


콤콤한 냄새를 자랑하는 콩잎 물김치는 밥 두 공기를 해치우는 마법 같은 반찬이다. 유일하게 먹는 물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도권 지방에서 모르는 그 음식. 처음 듣는다며 놀라는 사람들 반응을 볼 때마다 아쉽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 아니까.


부산 사람이라고 다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그립다. 입맛이 까다로운 나를 흥분하게 하는 음식 중 하나이니까. 점점 우리 곁을 떠나려는 콩잎은 '제발 재배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한 다발에 6천 원이라는 금값을 부르는 콩잎. 윗 지방에서는 먹지 않은 식재료가 부산에서는 금값을 자랑하는 몸값이다. 우리나라 땅에서 나는 모든 음식은 버릴 것이 없다. 한때 한철에만 나오는 음식이기에 더 그립고 더 갈망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항상 곁에 있을 거 같았던 식재료도 어느 순간 사라진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지금도 부지런히 먹으며 마음속 깊이 추억을 만들고 있다. 지금처럼 글로 녹이면서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 있을 것이다. 즉, 향토 음식. 그러나 쉽게 구하지 못하는 음식, 다른 이들에게는 생소한 음식. 그것이 바로 나를 살리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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