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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n 14. 2021

아이에게 최악이었던 서귀포 잠수함

제주여행 기억하기

잠수함으로 가기 위해 배타러 가는 길


5월 초

어버이날과 엄마 생신 그리고 어린이 날이 겹치는 날이라 겸사겸사 제주 여행을 기획했다.

할 거면 빨리 하자는 게 나의 마인드다. 미루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말한 김에 비행기 예약을 해버렸다. 다음날 비행기 티켓 요금은 조금 더 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다음에는 급하게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지 말자고 좋은 교훈을 얻었다.



날을 잡으니 세상에 여행 둘째 날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 큰 마음먹고 준비한 제주 여행에 들떠 있는 우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운전을 못하는 나와 엄마를 위해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을 섭외해야 했다.


10년 넘도록 남자 친구가 있는 엄마. 그분을 초청했다. 제주도에서 어린 시절 보내고 나서 부산으로 상경한 제주도 분. 제주도 방어도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에 정말 웃겼다. 친척들이 모두 우도에서 사시고 친구들도 모두 우도에 사시는 아저씨를 보며 고향은 이런 매력을 지녔구나 생각하게 한 제주 여행이었다. 나는 고향 친구가 없다. 여기저기 이사를 많이 다닌 탓에 어릴 적 만나 친구가 없다. 그래서 그분이 참 부러웠다. 나를 기억하고 만나면 살갑게 맞아주는 그들이 보기 좋았다.



제주 바다



아저씨는 제주도 온 김에 자신의 고향인 우도를 혼자서 계획한 바람에 여행 차질이 생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놓일 때가 있었다.


어쩌겠는가? 제주도에 왔으니 고향을 찾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이고 여행은 구경도 좋지만 일상을 잠시 벗어나 자유로이 지내는 게 여행 묘미 아니겠는가?


마음을 내려놓고 하루에 두 군데 정도 구경하며 아이와 나는 만족했다. 제주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넓고 거리가 멀었다.


첫날은 다음에 쓰는 걸로 하고

둘째 날은 해저탐험을 했다.



대기하며 비맞고 바다 구경



아이가 물속에서 물고기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에 급하게 예약하고 진행한 둘째 날..


바람과 비가 몰아쳤던 둘째 날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고 말았다.


다른 곳 보다 입장료가 몇 배로 비싼 해저탐험은 비싼 만큼 값어치를 못했다. 흔들흔들거리는 배를 한번 갈아타고 잠수함이 있는 곳으로 갔다. 비가 오니 파도가 심했고 오고 가는 빗길은 미끄러워 조심하고 조심해도 머리가 어지러워 집중할 수 없었던 해저탐험은 최악의 여행코스였다.


아이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바닷속에 들어가면 상어가 나올 것이고 고래를 볼 수 있다"는 부푼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잠수함은 물 밑으로 가라앉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비바람으로 물속 안은 흐리게 보인 거 같았다.


"아... 멀미야!"



잠수함 안



그러다 침몰한 어선 위주로 왔다 갔다 한번하더니 잠수부가  먹이를 주면 물고기는 그분을 따라다니는 것이 끝이었다.


해초는 궁금하지 않았지만 물고기보다 해초를 더 많이 보여줬던 해저 탐험은 비추이다. 아이는 지금도 잠수함은 재미없다고 말한다. 아이는 뭐니 뭐니 해도 오감을 느끼는 여행이 가장 최적 이리라.


함께 한 아저씨는 큰 실망을 했다.


"잠수함이 바다 밑에서 섬을 한 바퀴 돌지 않고  위아래만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인데 입장료는 몇만 원이라니 이 놈들 사기 아니야!"


제주도분이셨던 아저씨는 이건 최악의 여행이라고 했다.


4명 해저탐험을 하는데 입장료만 십만 원 치.




궁금하지 않은 해초 구경



결국, 경험을 해봐야 그 값어치를 알게 된다. 다음엔 해저탐험을 배제하고 여행하지 싶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이쁜 카페가 보이면 거기서 힐링을 하고 길을 가다 맛있어 보이는 식당에서 추억을 남기는 것이 최고의 여행이다.


누군가가 맛있다고 하는 곳보다 길을 가다 괜찮아 보이는 곳을 가는 것이 여행 묘미이지 싶다.

검색 따윈 필요하지 않은 여행이다.


내가 좋아야 좋은 여행이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여행은 그들이 좋아하는 여행일 뿐. 아이는 해저 탐험하기 전 허름한 곳에서 체험한 곳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는다며 또 가고 싶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좋다고 하는 것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이 또 다른 삶을 체험하는 것이다. 설명하다 보니 지금 배를 타고 해저 탐험하는 거 같이 어질어질하다. 두 번 다시는 배 타는 코스는 없는 걸로.

단, 크루즈 같은 큰 배는 환영이다.


검색해서 갔던 식당도 실패한 제주 여행..

추억이 많다. 실패한 경험으로 말이지...


2박 3일 제주 여행은 나에게 실패 경험과 허름하지만 나름대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아이도 마찬가지.

비행기 타는 것만으로 자신이 바라는 소원 일부분을 이루었지 싶다.


다음에는 해외로 가자. 그러기로 우리는 매일 확언을 하다. 세계 여행하기로. 국내도 좋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일상을 들여다보며 우리나라에 사는 것이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여행은 늘 설렌다. 그리고 행복하다. 여행지는 일상을 잠시 잊어버리고 오로지 여행지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늘 갈망하고 원하는 여행이 아닐까?


해저탐험으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지역마다 명소를 안내해주지만 그건 참고만 하고 발길 닿는 대로 마음 닿는 대로 다녀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이번 여행은 엄마와 우리가 조용히 쉬고 싶었고 그 지역의 먹거리를 먹으며 여행을 하려고 했지만 함께 동행한 아저씨 덕분에 우왕좌왕 결국, 마지막 날 자신의 고향 우도를 가는 바람에 동문 시장을 들리지 못했다. 흑돼지를 공수하려고 했는데..


운전으로 편안하게 여행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못해 아쉬웠던 여행.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며 제주 섬을 빠져나왔다. 이제는 모녀만 힘들더라도 우리끼리 가자고 다짐했다.



해저탐험으로 우리에게 담긴 추억은 사진 한 장이 전부다.


서귀포 해저 탐험 증명서
추억이 될 사진 한장 남기고 떠나온 제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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