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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n 10. 2021

어느 날, 해독주스로 인해 병든 환자가 왔다

9년 전 병원에서 있었던 일

9년 전 해독주스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투병을 하면서 입원하는 날이 빈번했다. 2인실은 가격이 비싸 다인실에 머물며 각자 다른 병으로 입원하는 환자들을 보며 웃지 못할 환자가 있었다. 내과 쪽 입원은 간이 문제이거나 위장, 대장, 소화기 계통의 환자가 주로 입원을 했다. 살면서 될 수 있는 대로 병원 신세를 지지 않으면 좋지만 인생살이가 만만하지 않으니 나 같은 경우에는 아픔으로 인생살이가 힘겨웠다.


의사들은 분주했다. 새로 입원한 환자 차트를 보며 수시로 들락날락. 그들의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과정이겠거니 생각했다. 입원을 자주 하고 병원 생활을 오래 하면 무뎌지는 행동이기도 하다.


그날따라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분주했다. 암환자여도 이렇게까지 분주하지 않았을 터. 이상하다 생각하며 30대 중반 아주머니가 입원을 했다. 멀쩡하게 생겼고 아픔이 보이지 않은 아주머니는 자신도 어안이 벙벙하다며 환자복을 갈아입었다. 함께 온 지인도 당황하기는 만찬 가지.


사실 그때 나는 금식을 하고 있었다. 먹은 거라곤 물이 전부였고 금식 삼일째를 향하는 날이었다. 대장을 쉬게 해야 한다고 금식을 내렸고 온갖 약으로 링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조용히 병상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의사 말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뭐 드신 거예요"


"별다른 음식을 먹은 적은 없어요"


"근데 간 수치가 이렇게 올라가요? 이건 위험합니다. 원인을 찾아야 간 수치가 왜 올라갔는지 파악이 되거든요. 혹시라도 생각이 떠오르면 저희에게 말해주세요"


"네"


의사도 환자 본인도 이상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간 수치가 오른 이유는 본인도 모르고 있었다. 설사 그 음식이 간수치를 오르게 했을까? 하는 반신반의를 했던 거 같다. 9년 전 해독주스가 유행을 했다. 모 의사가 방송을 하면서 너도 나도 해독주스를 만들었으니까. 나도 그 당시 해독주스를 마시며 건강을 기원했다. 근데 해독주스를 몇 번 마시고 나니 몸이 더 힘들었다. 위장이 부대끼고 속 쓰림까지 왔고 급기야 복통이 슬그머니 왔다. 좋다는 재료를 삶고 데쳐 믹서기에 갈았던 음식이라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다이어트에도 좋고 배변활동으로 변비가 없어진다는 말에 혹해 양배추, 사과, 당근, 브로콜리 등 좋다는 재료로 해독주스를 만들었고 온 가족이 마셨다. 그러나 나에게는 맞지 않아 마시다 중단했던 기억이 났던 그때 해독주스를 하루에 두 잔 몇 개월을 마신 환자가 응급실로 왔고 입원했던 것이다.






의사가 나가고 다인실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묻기 시작했다.


"뭐를 먹은 거예요?"

"간수치가 얼마나 올랐기에 입원까지 해요?"


"사실 저도 몰랐어요. 아프거나 힘들지 않았고 우연히 내과 진료를 보다 피검사를 하자고 해 피검사 결과를 보고 큰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다시 받아보라고 해서 온 거예요.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다인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환자는 뭔가 떠올랐는지 함께 온 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최근에 해독주스를 마셨거든. 하루에 두 잔씩 500미리 이상 마신 거 같아"


"그걸 얼마나 마셨는데?"


"4~5개월 마신 거 같아.."


"500미리를 아침저녁을 마시면서 몇 달을 유지했다는 말이야!"


"응, 다이어트된다고 해서 다른 식품보다 안전하잖아. 밥 대신 마셨는데.. 그게 잘못된 걸까? 그거 말고는 새로운 음식을 먹은 적이 없거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또 하나 깨달음이 왔다. 저녁 회진을 위해 담당 교수가 그 환자 곁에서 물었다.


"정말 새롭게 드신 음식 없어요? 간 수치가 4천까지 오르고 있었고 현재 피검사를 보니 5천까지 올랐어요. 간수치가 오르면서 몸에 이상한 증상은 없었나요? 숨이 차거나 명치가 아프거나 등등 이상한 반응 말이죠"


"그런 건 못 느꼈고 내과 진료가 있어 일반 병원에 가서 피검사에서 간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이 병원에 온 거예요. 사실 해독주스를 몇 개월 전부터 마신 거 말고는 없어요. 해독주스가 문제 될까요? 그건 야채거든요?"


"해독주스요? 그게 뭐예요?"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등 삶아서 바나나나 사과를 넣고 갈아 마시는 주스예요"


"일단, 이거 말고는 바뀐 음식은 없는 거죠? 외식이나 배달 음식이라든지"


"정말 없어요"


"알겠습니다"


질문과 답변을 들으며 의사는 체크를 했고 설마 하는 환자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다음날 그 환자는 채혈로 하루를 시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간 수치는 의사도 환자도 알 길이 없었다. 몸에서 반응하는 이상 증상은 무엇 때문인지 그저 추리를 할 뿐이었다.


의사 말은 간수치가 내려가는 걸 보고 퇴원을 하자고 했다. 해독주스를 마시지 않고 며칠을 입원하며 간수치를 보던 의사는 해독주스가 문제였다고 말을 했다.


"해독주스를 마시지 않고 현재 치료하는 중인데요. 간수치가 떨어지고 있어요. 당분간 치료를 하며 간 수치를 확인해야 하니 입원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정말, 해독주스 때문에 간수치가 올라간 거예요? 그건 그냥 음식이었는데요. 이해가 안 되네요. 티브이에서는 괜찮다고 했는데...."


"티브이에서 하는 말은 포괄적으로 하는 소리잖아요.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죠. 그렇다면 내 안의 장기도 다를 것이고 반응도 천차만별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누구는 맞지만 누구는 맞지 않는 반응이라고 할까요? 내과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전부다 멍하니 의사만 쳐다봤다. 그 당시에는 해독주스가 유행이었고 약이 아닌 보조식품이 아닌 그냥 채소로 만든 음식, 우리가 자주 먹었던 음식이 간수치를 오를게 했던 사실이 황당했다. 채소를 먹는 건 좋은 일이라고 그러나 오래 마셨고 양이 많았던 것이 탈이 될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아무리 좋은 음식일지라도 많이 먹는 건 우리 몸에 독으로 작용한다는 걸 그래서 적당히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음식 반응이 아주 예민한 편이다. 그리고 민감한 편이다.






남들은 괜찮다고 해도 나는 아닐 때가 많았다. 해독주스를 마시며 오히려 건강해졌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 같은 경우에는 힘들었다. 여기저기 아프기까지 했기에 일주일 만에 중단했다. 좋은 음식도 내 몸이 허락할 때 먹는 거라고 좋은 교훈을 얻었던 계기가 바로 해독주스 사건이었다.


그 환자는 일주일 입원과 함께 간수치는 정상으로 되었고 교수나 의사는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쉼을 주셔야죠. 양도 양이지만 오래 드셨어 간에 무리가 온 거 같아요. 적당히라는 말이 있잖아요. 조금 쉬다가 드셔야 하는 것을 몇 달과 함께 양도 많이 드셨어 간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이제는 해독주스를 먹지 않아야 할 거 같아요. 환자에게는 독이 되는 주스였으니까요"


"네"


그 환자는 일주일 입원으로 간 수치는 회복되었고 퇴원을 했다. 가는 날 해독주스는 이제는 안녕할 거라고 티브이에서 좋다는 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좋은 교훈을 얻은 거 같다고 이제는 '적당히' 단어를 명심하며 적당히 먹어야 할 거 같다고 함박웃음을 보이며 퇴원을 했다.


우리 몸은 아주 규칙적이고 정직하다. 내 몸이 필요한 것들을 먹고 싶어 하니까. 그걸 오래도록 먹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그 환자를 보며 알게 되었다. 밥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그 외는 적당히 쉼을 줘야 내 몸 장기가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아무리 좋다고 하는 음식을 장기간 먹지 않는다. 쉼을 주고 내 몸 반응을 살피는 건 내 몫이니까. 나이 드신 분들은 좋다면 하루에도 수십 번, 몇 달, 몇 년을 드시지만 당뇨나 혈압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약으로 벨런스를 맞추는 걸 보았기에 좋은 음식을 장기간 복용하지 않는 삶을 터득했다.


티브이에서 좋다고 하는 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사실을 안다면 티브이에서 하는 말을 맹시 하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먹다 몸이 힘들어하면 멈춰야 하고 몸이 반응하지 않으면 스스로 쉼을 주고 적당히를 줘야 하는 사실을 명심하자.


우리 몸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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